책장에서 삼국지와 함께 장식된 ‘스티브 잡스’관련 서적들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스티브 잡스’의 인기와 추모열기는 그가 세상을 떠난지 1년이 다 돼가지만 아직도 대단하다. 스티브 잡스는 IT기술을 통해 신세계를 연 카리스마있는 인물이었음에 56년에 불과한 그의 짧은 생애를 모두가 안타까워하고 있다. 물론 이런 잡스정신을 가장 충실하게 계승하고 있는 것은 그가 남긴 글로벌 기업 ‘애플’이다.
지난주 애플의 주식은 주당 662달러를 넘어서 시가총액이 6천210억달러를 기록, 미국 주식시장 사상 최고액을 갈아치웠다. 이는 애플이 IT업계의 가장 두려운 경쟁자로 지목했던 ‘마이크로소프트(MS)’의 기록을 갱신한 것이어서 더욱 의미를 갖는다. 또 개인적으로는 스티브 잡스가 그렇게 이기고 싶어했던 동갑내기 ‘빌 게이츠’를 누른 것으로 무덤에서도 기뻐할 일이다.
책장을 장식하고 있는 ‘스티브 잡스’ 관련서적 중 어떤 것을 펴더라도 공통사항을 몇 가지 읽어낼 수 있다. 우선 그가 ‘까칠한 도전의식’으로 무장돼 있다는 점이다. “해군이 아니라 해적이 돼라”는 그의 말이 아니더라도 그의 평전은 그가 일생동안 승리만을 위해 줄달음쳤음을 일관되게 증언하고 있다. 그는 승리를 위해 앞길을 가로막는 경쟁자를 무자비하게 짓밟았음을 인정하고, 이를 자랑스러워하기도 한다. 잡스는 생전에 “나는 안드로이드를 파괴해 버릴 것이다. 그러기 위해 핵전쟁이라도 할 각오가 돼 있다”는 무시무시한 말을 하기도 했다. 그만큼 그는 진취적이었지만 호전적이었고, 비상한 두뇌를 가지고 있었지만 차가웠다.
애플은 지난주 말, ‘세기의 특허전쟁’으로 불리는 삼성전자와의 재판에서 완승을 거뒀다. 이 재판에서 기업들이 이익을 우선시했다면 우리는 이번 소송에서 ‘함께 살려는’ 글로벌정신에 주목하려 한다.
애플은 이번 소송에서 전 세계적으로 범용되고 있는 기술의 특허를 주장해 인정받았다.(물론 소송쟁점 모두는 아니다) 지구인들이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범용기술을 자신의 울타리에 가두는데 성공함으로써 돈방석에 앉을지는 모르나, 인류를 상대로 장사를 하려한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수는 없을 것이다. 반면 MS는 앞서 IBM호환기종 설계도와 MS-DOS를 완전공개했으며, 두고두고 이익을 창출할 인터넷 소스도 공개했다. 이로써 인류는 수십년 앞당겨 컴퓨터를 기반으로 한 지구촌을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얻었다. 잡스의 애플이 기술을 가두고 독식하려한다면, 게이츠의 MS는 나눔으로 성장하고 존경까지 받고 있다. 현대인의 영웅 잡스가 2% 부족한 부분이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