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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두의시선]일선 경찰서장의 하루

 

살아가면서 인연을 만들고 그 인연으로 삶을 살아가는 힘을 얻는다. 경기청 정훈관으로 일하고 있는 필자는 도내 경찰부대 등 경찰관서를 찾아 인성과 정훈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얼마 전, 필자는 과천경찰서에 찾아갔다. 과천에는 정부종합청사가 있으니, 정부의 시책에 반대하는 사람이 몰려들게 마련이다. 하루도 빠짐없이 집회가 열리고 있다. 그날도 예외는 아니어서 김종길 과천경찰서장은 긴장한 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과천서로 찾아간 날에는 정훈관인 필자가 한 시간, 외부인사가 한 시간, 모두 두 시간에 걸쳐 정훈교육을 가졌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묻지마 범죄’가 일어나고 있어 이를 예방하고자 경찰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데, 집회가 가장 많이 벌어지는 과천서 전·의경과 경찰관들은 무더운 더위를 이겨내며 여름을 보냈다.

필자는 ‘최근 일어난 사건과 사고에 관한 국민에 비친 경찰의 모습’이란 주제로 강독했고, 한국병학연구소장으로, 또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에 출강하고 있는 김영호 교수는 외부인사로 정조와 무예도보통지 가운데 친구의 우정 부분을 주제로 강독했다. 김 교수와 필자는 친구 사이다. 두 사람의 따뜻한 강의는 전·의경 대원들의 높은 관심을 샀다.

강의를 마치고 이곳 청문감사관으로 근무하는 선배와 차를 나누게 됐다. 그리고 과천서장은 필자가 정훈교육차 왔다는 업무보고를 받았으니, 인사를 나누지 않을 수 없었다. 김 서장은 필자와 박사학위 동문이기도 했다. 경찰대 1기인 그는 고향이 남쪽이라는 것과 제복을 함께 입고 있다는 점에서 필자와는 동병상련의 처지였다. 대학원에서 공부하면서 인연을 맺게 된 그는 항상 열심히 공부했다. 리포트며 수업발제 자료를 충실하게 준비했던 터라 일선에서 허우적거리는 나보다는 항상 모든 면에서 모범적인 대학원생이었다.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필자와는 막역한 동문이었다. 대학원 공부를 하면서도 비상체제로 살아가는 직업을 가졌기에 늘 긴장의 연속이었다. 김 서장과 간단한 술잔을 기울이는 시간도 제대로 갖지 못한 채 수업이 끝나면 우리는 줄행랑으로 서둘러 교정을 빠져나왔다. 직장 탓으로 토·일요일 수업까지 무리한 면학은 건강을 다치게 했고, 적지 않은 스트레스까지 겹쳤다. 수업으로 열차시간을 놓쳐 역대합실에서 아침을 보내거나 택시를 타고 두 세 시간을 도로에서 낭비하기도 했다.

선배인 최 과장의 안내로 필자는 서장실을 찾았다. 서장실로 향하는 내내, 김 서장과 함께 만들어냈던 추억들을 되씹어보았다. 서장은 반가운 얼굴로 맞아줬다. 그와 함께 허물없이 소탈한 담소를 나눴다. 그리고 필자와 함께 서장실에 방문한 외부강사인 김영호 교수에게도 따뜻한 예의를 표해줬다. 대화를 나누는 내내 무전기 소리가 울려댔지만 오랜 시간 진솔한 대화를 나누고 나왔다. 서장이 준비한 선물을 받고 서장실을 나와 식사자리로 옮겼다. 사람과 사람, 법과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을 가진 필자나 서장도 늘 긴장하며 살고 있다. 그런데 서장의 배려로 긴장은 봄눈 녹듯 스스르 녹을 수 있었다. 서장은 자신의 몸을 낮추고 따뜻한 마음으로 우리를 대해 줬다. 상대를 배려하는 자리배석이며, 밖으로 나와 우리를 맞이한 서장의 마음 씀씀이에 동행한 친구인 김영호 교수도 고마워했다. 경찰 지휘관 특성상 인사가 대개 1, 2년 단위로 있다 보니 전국 여기저기를 돌다보면 한 시절의 인생이 가고, 사랑하는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많다. 그의 가족이 살고 있는 집은 3,40분이면 갈 수 있는 곳에 있으면서도 과천서 상황은 24시간 긴장모드라서 그는 잠시도 자리를 비우려 하지 않는다. 그만큼 책임감이 강하다.

동행한 친구가 그에게 힘들지 않느냐고 물었지만 일을 즐기면서 하고 있다며 오히려 필자를 걱정하고 있었다. 김영호 교수와 필자는 순수하고 소탈한 서장과 오랫동안 담소를 나누면서 헤어졌다. 인간적으로는 사람냄새 나는 따뜻한 서장이지만 업무에는 빈틈없는 일선 서장,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가득한 김 서장을 바라보며, 이런 일선 지휘관들이 대한민국 치안을 맡고 있기에 국민들은 신뢰와 감동을 느끼며 안전한 생업에 종사할 수 있을 것이다. 사명감으로 일을 즐기면서 한다고 답한 김종길 서장의 해맑은 인상이 오래도록 오버랩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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