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게 물든 버스 한대가 서지 않고 지나간다
물끄러미 서서 기다리는 나는
바람에
아직 떨어지지 못한 단풍이다
또 한대의 가을이 지나간다
우르르 뒤따르던 바람들이 모든 것을 /
쓸어가고 있다
지워진 공간
내가 탈 정거장이 없다
이러다 가을을 놓치겠다
- 이인철 소시집 /2010년/시와세계/겨울호
가을바람 황량한 거리에서 버스를 기다려본 사람은 안다. 한겨울 추위보다 더 견디기 어려운 허전함이 몸을 엄습해오는 것을 시인은 버스를 놓쳐버리고 물끄러미 서서 자신을 아직 떨어지지 못한 단풍이라고 생각한다. 또 한 대의 버스가 지나가고 뒤따라온 바람은 지상의 모든 것들을 쓸어가 버린다. ‘더 이상 내가 탈 정거장이 없다’고 시인은 절망한다. 사는 일 또한 다르지 않을 것이다. 언제나 기다리는 버스는 늦게 도착하고 늘 만원이다. 나보다 부지런하고 능력(?) 있는 사람들이 이미 가득 차있다. 시인은 이러다 가을을 놓치겠다고 초조해 한다. 우리의 삶도 이러한 날들의 연속이 아닐까?
/최기순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