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은 이르면 2014년부터 현행 6단계로 구분된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3단계로 축소하기로 했다. 한전은 중장기적으로 이같은 방침을 골자로 하는 전기요금 개선안을 실행할 방침이다. 한전은 현행 누진제는 가전기기 보급 확대 및 대형화에 따른 전력 사용량 증가추세를 적절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아래 동계 전기난방 사용이 많은 저소득층이 오히려 피해를 볼 수 있는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마련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누진제 구간 축소로 인해 서민층의 전기요금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소득 수준과 사용량에 맞는 적정한 요금 체계가 만들어질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현행 6단계 요금제 구간은 1단계(사용량 100㎾h 이하), 2단계(101-200㎾h ), 3단계(201-300㎾h), 4단계(301-400㎾h) , 5단계(401-500㎾h) , 6단계(501㎾h 이상)로 구분되며 사용량이 많을수록 많은 요금이 부과된다. 2011년 기준으로 판매단가를 보면 1단계가 ㎾h당 70.27원으로 가장 낮고 2단계(80.10원), 3단계(102.34원), 4단계(125.95원), 5단계(163.08원), 6단계(262.08원)로 올라갈수록 늘어나는 구조다. 누진제 완화는 말 그대로 사용량이 많아 높은 요금이 적용되던 소비자들의 부담을 경감시켜준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사용량이 적어 상대적으로 낮은 요금이 부과되던 사람들에게 인상된 전기요금을 떠안기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래서 저소득층의 전기요금 부담이 늘지 않을 까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방침은 오히려 상대적으로 소득수준이 낮은 서민들의 전기 요금 부담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실효성과 적절성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누진제가 완화되면 가뜩이나 문제가 되고 있는 전력 과소비를 부채질할 공산도 크다. 부유층의 경우 전기사용에 대한 부담이 더욱 줄어든다는 것이다. 더욱이 근본적으로 전기요금 정책은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인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같은 과정이 생략된 채 한전의 일방적인 방침이 공개되자 주관부처인 지경부도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지경부는 한전이 갑작스레 누진제 완화 방침을 공개한 것은 전기요금 부담 증가로 인해 누진세에 제기된 비판을 피해가기 위한 모면책이라고 보고 있다.
거대공룡 한전이 정부와 협의없이 독단적으로 전기요금 누진제를 축소하겠다고 치고 나간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전기요금 정책을 정부와 아무런 협의없이 발표하는 것은 경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