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한문소설로 꼽히는 김시습의 「금오신화」(金鰲神話)가 일본을 거쳐 중국에 들어가 중국인 독자 구미에 맞게 각색돼 출판된 것으로 23일 밝혀졌다.
이런 사실은 한중 문화교류사 전공인 순천향대 중문과 박현규 교수가 그의 선친에게서 물려받아 소장하고 있는 고서류에서 중국에서 각색 출판된 「금오신화」를 공개함으로써 드러났다.
박 교수는 오는 27일 오후 2시 선문대 본관 5층 대회의실에서 이 대학 중한번역문헌연구소(소장 박재연) 주최하는 '조선시대 번역소설에 대한 원전 정리 및 주석연구' 학술대회를 통해 「금오신화」의 중국어 각색본을 공개한다.
이 「금오신화」는 19세기 초반 일본에 유학한 경험이 있는 중국인 윤온청(尹蘊淸)이라는 사람이 민국 3년(1914) 1월에 상무인서관(商務印書館) 천진인쇄국(天津印刷局)에서 신식활자로 간행한 「동해유문」(東海遺聞)라는 문헌에 수록돼 있다.
전 1책, 총 45장 분량인 이 「동해유문」는 모두 36편에 이르는 인물전기를 싣고 있는데 앞쪽 34편은 모두 일본인을 다루고 있으며 마지막 2편이 바로 「금오신화」를 개수(번안 혹은 각색)한 한국소설.
김시습의 원전 「금오신화」는 원래 만복사저포기(萬福寺樗蒲記).이생규장전(李 生窺墻傳).취유부벽정기(醉遊浮碧亭記).용궁부연록(龍宮赴宴錄).남염부주지(南炎浮洲志) 등 5편을 묶은 일종의 단편 소설집.
윤온청의 「동해유문」에 수록된 「금오신화」는 이 중 '이생규장전'을 각색한 '이생'(李生)과 '만복사저포기'를 손질한 '양생'(梁生)의 2편을 수록했다.
박 교수는 원전과 윤온청 각색본을 비교해 본 결과 대략적인 줄거리는 같으나 ▲원문 내용에서 대폭적인 삭제가 이뤄졌고 ▲본문 내용이나 삽입 시가를 수정했으며 ▲중국인 독자를 염두에 둔 부가 설명이 붙어있는 점 등이 차이를 보였다.
예컨대 '이생규장전'은 이생이 죽은 최씨와 함께 수년 동안 살다가 헤어지는 장면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나 '이생'에서는 이것이 전면 삭제됐다.
박 교수에 따르면 「금오신화」는 일본에서도 인기가 많아 근대 이전만 해도 모두 4차례에 걸쳐 일본 자체 인쇄본이 간행됐는데 윤온청은 아마도 1884년 도쿄에서 목판으로 간행된 판본을 입수해 읽은 것으로 추정된다.
명나라 구우(瞿佑)라는 사람이 쓴 「전등신화」(剪燈新話)를 모태로 해서 탄생한 「금오신화」는 이로써 일본에서 활발히 유통된 것은 물론 일본을 통해 다시 중국으로 들어가 새로운 각색본을 탄생케 했음이 밝혀졌다.
박 교수는 "동아시아에서 유통된 전기소설(傳記小說)의 연원과 전파된 실체를 논하는 데 있어 「금오신화」라는 또 하나의 새로운 중심축을 이끌어 낼 수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