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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조간신문에서 반가운 이름을 확인했다. 특정 단체가 헌법소원을 제기하는데 그 대표가 ‘이한동’이었다. 눈을 부비고 다시 볼 정도로 무척이나 반가운 이름이다. 한때 그는 유력한 대권주자였다. 그것도 영남이나 호남이 아닌 경기도가 배출한 인물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집권당 대표와 국회부의장, 국무총리를 역임해 경기도출신 가운데는 정상에 가장 근접했던 인물로 평가된다.

그는 요즘 정치권에서 유력 정치인의 필요충분조건으로 지적하는 단단한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을 갖고 있다. 경기도 포천에서 8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나 소년가장이 됐으며, 입주 가정교사 등의 어려움을 이기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 후 10회 고등고시에 합격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이등병으로 입대한 후 고시에 최종합격해 일약 중위로 승진하는 인생의 롤러코스터도 경험했다. 무엇보다 호방한 성격에 술을 즐기는 그는 별명 ‘단칼’과 달리 정이 많아 따르는 이들이 많았다.

경력은 누구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만큼 화려하다. 포천을 기반으로 11대부터 16대까지 연임한 6선 국회의원이다. 집권당의 요직이라는 사무총장과 원내총무를 거쳐 대표최고위원, 총재권한대행을 역임했다. 사람이 자리를 만든다는 국회부의장 시절에는 ‘실세 부의장’으로 무게감을 자랑했고, 집권당 대권경쟁을 통해 한국 정치사에 한 획을 그었다.

행정능력 역시 내무부장관으로 내치(內治)를 경험했고, 국무총리로서 내각을 통솔하며 ‘2인자 수업’을 받았다. 그는 최고 사정기관인 검찰과 행정, 정치를 두루 경험한 준비된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들었으나 평생소원인 대통령이 되지는 못했다.

언젠가 그는 기자들을 포천으로 초청한 자리에서 취기가 돌자 속마음을 털어 논 적이 있다. 그는 “YS(김영삼 전 대통령)를 따라 부산에서 열린 대통령 유세 현장에 갔는데, 수십만명의 지지자가 ‘대통령 김영삼’을 외치는 소리에 한없는 부러움을 느꼈다”는 소회를 밝혔다. 이어 “그런데 우리 경기도는 인구는 많은데 왜 인물을 키워주기 위해 뭉치질 못하는 거야”라는 한탄이 뒤를 이었다. 또 취기가 심해져서는 자신이 영남이나 호남에 태어났으면 대통령을 하고도 남았다는 한(恨)풀이도 했다. 경기도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기에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경기도가 야속한 듯했다.

이제 그의 나이 79세다. 10년 전부터는 정치권과 일정한 거리를 둬 왔다. 자연 연령이나 그동안의 살아온 발자취로 미뤄 그에게 욕심이 있을리 없다. 정파적 색깔을 넘어 우리사회의 어른으로서, 원로로서 그의 경륜을 이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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