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원을 두 번 역임한 모 인사는 꿈만 같았던 도의원 시절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고 한다.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을 얻을 수도 있고, 안 되는 일 없는 이런 갑(甲)의 끗발은 자신의 인생에서 다시는 경험하기 힘들 것 같다고 말한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공천을 받지 못해 지방의회 입성에 실패한 이 인사는 다음 지방선거에 출마할 티켓을 거머쥐기 위해 정치권을 기웃거리고 있다.
지방의원들이 왜 지방의회 입성을 갈망하는지 명확하게 알게 됐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지방의원들이 예산을 떡 주무르듯 펑펑 써댄 사실이 현실로 드러났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7∼8월 광역시·도의회 3곳과 기초의회 6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과 해외연수 실태를 24일 발표했다. 지방의원들이 업무추진비로 유흥주점을 가고, 민간사업자의 지원으로 해외여행을 가는 등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했다.
이러한 사례들은 전국 지방의회에서 보편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사안이지만 경기도의회의 경우 우려의 수준을 크게 넘어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익위 관계자는 “전국 지방의회 대부분 유사한 양상을 보였지만 경기도의회의 경우 그 사례가 특히 많았다”고 밝혔다. 특히 권익위는 경기도의회에서 부당하게 사용한 업무추진비를 환수토록 하는 권고안을 전달하는 한편 부패 의혹이 있는 사건에 대해서는 확인 후 수사를 의뢰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도민들의 질타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권익위에 따르면 A지방의회 위원장은 유흥주점에서 총 109건에 755만 원을 법인카드로 결제했고, B의회는 술집 등에서 30회에 걸쳐 270만 원을 법인카드로 계산하는 등 업무추진비를 개인 용도로 사용한 사례들이 드러났다. 경기도의회의 한 상임위원장은 가족이나 지인과 식사하며 수시로 법인카드를 사용했다.
C기초의회 의장은 어머니 생일잔치를 하며 법인카드를 사용했고, 면세점에서 지인에게 줄 화장품, 양주 등의 선물을 구입할 때도 법인카드를 이용했다. D지방의회 의원 20명은 자신의 지역구의 초·중·고 졸업생들에게 표창패를 수여해 매년 1천450만 원의 예산을 낭비하고 있었다. 해외연수를 나갔다가 일정 대부분을 크루즈 여행이나 관광지 방문으로 채우는 경우도 많았다.
무보수 명예직인 지방의원들에게 보수가 지급된 것을 놓고도 반대의견이 많았다. 예산을 목적 이외에 펑펑 물 쓰듯 하는 이들에게 예산심의권을 준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그래서 지방의회 무용론이 끊이지 않고 나오는 모양이다. 그들이 자초한 바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