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
일반 시민들이 듣기엔 조금은 생소한 단어지만, 지방분권이 우리 생활과 지역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우리 모두 인식할 필요가 있다. 지방분권이 성숙된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서 우리나라도 민주주의의 발전과 지방자치의 뿌리를 확고히 내리기 위해서는 완전한 지방분권이 이뤄져야 함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지방분권은 지방에 활력을 심어주고 지방의 발전을 통해 국가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분권의 역사를 보면 2000년도에 본격적인 지방분권이 시작돼 12년이 지난 지금 시민단체와 학계 등을 중심으로 꾸준히 지방분권 운동을 전개하고 있고, 이에 일정한 성과가 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방에는 여전히 결정권 없이 중앙의 그늘 아래 예속돼 있다. 중앙의 소극적인 자세와 부처 이기주의로 실질적인 분권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무엇보다도 지방재정의 중앙정부 의존이 갈수록 높아져 세원 없는 지방정부, 권한 없는 지방정부가 돼 도시 경쟁력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필자가 안산시장이 된 지도 2년3개월이 지났다. 공직에 있기 전 시민으로서 바라본 시와 그 수장인 시장은 많은 권한과 힘이 있는 줄 알았다. 그러나 시장 취임 이후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많은 일들을 뒤돌아보면 시장으로서 소신을 가지고 주도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은 것 같다. 권한이 없으며 결정권이 크지 않다. 무엇보다도 재정이 부족하다.
우리시 안산스마트허브(舊 반월·시화공단)는 8천200여 기업체에 16만8천여 명의 근로자가 근무하고 있는 부품소재핵심제조 국가산업단지다. 그러나 조성된 지 30여 년이 지난 지금 공장, 도로, 하수시설물 등 기반시설이 노후한 상태며, 주차난과 물류유통 장애가 심각한 상황이다.
국가산단의 관리권한은 국가에 있으나 기반시설에 대한 유지관리는 지자체가 책임지고 있다. 산단에서 매년 3천330여억 원의 국세를 징수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국고보조는 미미한 실정이다. 매년 20억 원의 예산으로 유지관리를 하고 있고 기업체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고자 기업SOS 이동시장실을 운영하고 있지만 3천60여억 원에 이르는 기반시설에 대한 정비를 하기엔 수십 년이 걸릴지 모르며 열약한 지방재정으로 이를 시행하기엔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예산편성에도 많은 문제가 있다. 지자체장은 주민들의 숙원사업 및 지역 현안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포괄사업비를 운영하고 있다. 76만 시민이 살고 있는 안산시의 경우 올해를 기준으로 27억 원이 편성돼 있다. 이는 행정안전부장관 특별교부세 1조2천억 원, 경기도지사 시책추진보전금 2천억 원에 비해 너무나 적은 금액이다.
그러나 정부는 자치단체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행정안전부 훈령 제216호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 운영기준을 개정하면서 이마저도 폐지시켜 버렸다. 이에 따라 긴급사업 및 주민들의 민원 사항을 신속히 해결할 수 있는 예산이 없어 주민생활 불편이 가중되고, 수시로 발생되는 생활민원의 장기간 지연 처리가 불가피해 행정의 시민 불만을 초래할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또한 총액인건비제도를 운용함에 따라 지역여건에 부합되는 인력운영에도 규제를 받고 있고, 조직 신설의 경우에도 상급기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 모든 것은 지방분권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사례다. 그러나 현 시대는 지방분권의 시대다. 지역의 주체인 시민 스스로의 결정과 자발적인 참여로 지방분권을 이뤄 내야한다. 지방에 결정권이, 지방에 세원이, 지방에 인재가, 지방에 일자리가 부여되고, 이를 통해 참다운 지방자치가 실현됨은 물론 국가경쟁력 또한 상향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노력해야 한다.
이제 얼마 뒤면 제18대 대선이 있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자치와 분권, 그리고 지방재정 확충 등의 과제를 각 정당이 대선 주요공약으로 채택하길 바라며, 이번 대선을 통해 지방분권이 획기적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불을 인간 세상에 가져온 그리스 신화의 프로메테우스처럼 시대를 앞서가는 지도자와 시민들이 힘을 합쳐 껍데기뿐인 지방자치시대를 마감하고 지역 주민이 주인 되는 풀뿌리 지방분권 시대가 도래하길 바라며, 우리나라가 지방분권을 통해 진정한 선진국의 대열에 합류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