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중인 연천의 한 고등학교 교실에 만취한 10대 3명이 난입해 난동을 부린 사고가 발생했다. 이들 10대는 소주 5병을 나눠 마시고 1교시가 시작될 무렵인 오전 9시께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은 채 정문, 운동장을 지나 교실 건물로 들어섰다. 교실에서 마구 폭력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은 채 학교는 무려 25분간 무방비 상태였다. 경찰이 출동해서야 이들을 제지할 수 있었다.
문제는 이 학교 건물 밖에 10여 대의 CC(폐쇄회로)TV가 설치되어 있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확인해본 결과, 사후 확인용이어서 실시간 모니터링이 안 되는 것이었다. 학교 내 폭력을 예방하겠다며 앞 다퉈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CCTV를 설치하는 등 대책을 세웠던 교육당국의 허술함이 여지없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사고가 난 후에 누가 범인인가를 확인하기 위한 CCTV였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만일 이 10대들이 만취상태에서 흉기라도 휘둘렀더라면 어떠했을까를 생각하면 아찔하다.
최근 4년 경기도 초·중·고교에서 외부인 침입으로 발생한 방화와 폭력 등 사건·사고가 180건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건을 계기로 학교 내 치안유지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내년부터 학부모를 포함해 학교를 방문하는 모든 외부인은 출입증을 받아야 출입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단순하게 출입증을 관리함으로써 각종 범죄가 예방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학교실태를 잘 모르고 하는 말이라고 지적한다.
수원에 있는 고현초등학교를 보면 안전한 학교의 모범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수원시 권선구 고색동에 소재한 이 학교는 재개발 지역인데다 200m 전방에 공군비행장이 자리 잡고 있고, 인근에 성범죄 전과자 3명이 살고 있다. 상태로는 최악의 조건이다.
학교 정문 바로 옆 초소에서 노란색 조끼를 입은 배움터지킴이 할아버지가 초소 내 출입 카드에 이름, 소속, 휴대전화 번호 등을 기입하고 방문증을 교부한다. 두 번째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학교 건물 현관 출입문은 자동개폐장치로 잠겨 있다. 교직원이나 학생들은 지문이나 출입카드 등을 통해 개폐장치를 열 수 있지만 방문객은 종 모양의 버튼을 눌러 교무실이나 행정실과 통화를 한 후 방문 목적을 재차 밝혀야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교내 13대의 CCTV가 방문객들의 움직임을 24시간 녹화하고 있었고, 교무실의 행정실무사 3명과 교장, 교감 등이 실시간으로 영상을 모니터링 했다. 고현초등학교가 학교치안의 모범답안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