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축구를 대표하는 K리그의 감독들이 인천 유나이티드(인천 Utd. FC, 이하 유나이티드) 김봉길 감독의 눈치 보기에 여념이 없다. 특히 내년 강등권에서 피 말리는 접전을 펼치고 있는 팀들은 유나이티드의 프런트나 김 감독을 보면 허리를 90도로 굽힌다.
이유는 유나이티드가 소리 없이 강한 팀으로 변모해 강등팀을 선택(?)할 수 있는 힘을 가졌기 때문이다. 최근 16경기에서 유나이티드는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11승5무로 승점만으로는 K리그 4강이다. 내년도 강등팀을 가리는 스플릿라운드 시작과 함께 전반기 성적부진으로 인해 B그룹(9~16위)으로 분류됐지만 4경기를 남기고 일찌감치 B그룹 1위를 확정지었다.
이미 우승팀과 아시아클럽리그(ACL)에 출전할 3위까지의 팀이 거의 확정된 K리그의 흥행은 이제 B그룹이 주도하고 있다. 29년의 프로축구 역사상 처음 실시하는 강등제에 따라 과연 상주팀과 함께 내년 2부 리그로 떨어지는 팀이 누가 될 것인가 하는 것이 최대관심사다. 1~2점 차이로 강등권 탈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팀들은 유나이티드의 선수 기용에 따라 천국과 지옥을 오갈 것이 분명하다. 유나이티드는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끝까지 베스트멤버로 최선을 다할 수도 있고, 부상 예방을 위해 주축선수들을 쉬게 할 수도 있으며, 내년 시즌을 대비해 신인선수로 경기경험 기회를 줄 수도 있다.
우승도 아니고 B그룹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을 가지고 웬 호들갑이냐는 힐난이 있을 수 있지만 전반기 유나이티드의 형편을 돌아보면 고개가 끄덕일 것이다. 당초 큰 기대와 전폭적 지원 속에 부임한 월드컵대표팀 감독출신의 허정무 전 감독이 성적부진 등의 이유로 퇴진했다. 12경기 무승과 함께 꼴찌라는 나락으로 떨어진 유나이티드는 존립의 근거마저 흔들렸다. 이때 감독대행으로 등장한 김봉길 현 감독이 46세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로 선수들과 소통하며 뼈를 깎는 노력 끝에 오늘과 같은 팀을 만들었다.
유나이티드는 2002년 한일월드컵의 열기에 힘입어 2003년 창단된 인천시민구단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맨유’로 불리는 것과 같이 ‘인유’ 혹은 ‘유나이티드’라는 애칭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현재 유나이티드는 시민구단으로서 팬이 우선이라는 정신무장으로 매 경기 화끈한 공격력과 혼신을 다하는 전투력으로 팬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구단의 캐치프레이즈인 ‘Change & Challenge’가 새삼 내년 시즌을 기대하게 한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