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추워지고 달력이 달랑 한 장 남으면 각종 통계소식들이 줄을 선다. 그중에는 “우리 남편 월급과 아이 성적만 빼놓고는 다 올랐다”는 물가 걱정도 있지만 국민들 불편한 속을 달래는 상큼한 소식도 있다.
상큼한 소식 중 하나가 우리나라 여성 골퍼들의 맹활약이다. 골프시즌을 접으며 각종 결산을 해보니 한국과 미국, 일본에서의 ‘상금왕’은 모두 우리나라 여성 골퍼들의 차지였다.
한국에서는 접전 끝에 김하늘 선수(24)가 4억5천889만 원을 획득해 상금왕에 올랐고, 일본에서는 전미정 선수(30)가 약 17억7천만 원의 상금을 벌어들여 상금랭킹 1위에 등극했다. 특히 박인비 선수(24)는 세계의 강자들이 득실거리는 미국 LPGA에서 228만 달러(약 25억 원)로 상금퀸이 됐다.
혹자는 국내 무대에서 한국선수가 우승한 건 당연하지 않느냐고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한국여자골프 무대도 해외선수에게 열려 있고, 국내 랭킹 1위는 곧바로 세계에서도 통할 수 있는 자격을 의미하는 만큼 대단한 성적이다. 여기에 일본무대에서 주로 활약하며 매년 1승 이상씩 꾸준한 성적을 올리는 전미정 선수는 일본강자들이 모두 인정한 톱클래스 선수로 자리 잡았다. 박인비 선수는 세계랭킹 1위인 청야니 선수(대만)가 주춤한 세계여성골프계에서 한국선수들이 주류임을 증명했다.
올해 골프시즌을 앞두고 한국선수들의 미래는 불투명했다. ‘박세리 키드’인 박인비, 최나연, 신지애 등이 선두로 나서지 못하는 가운데 새로운 ‘골프여제’ 청야니의 강세가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청야니는 지난해 상금왕, 다승, 올해의 선수, 평균 타수 등을 싹쓸이하며 세계무대를 호령했다. 여기에 시즌 초반 청야니가 3연승을 거두자 세계무대에서는 절대강자 청야니의 독주를 예상했다.
그러나 매서운 한국의 여자선수들은 기죽지 않았다. 청야니의 아성에 정면으로 도전했고, 철옹성을 허물었다. ‘코리안 낭자군단’은 올해 27개 LPGA 공식대회에서 9승을 올리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4대 메이저대회에서도 US여자오픈(최나연 우승), 크래프트 나비스코오픈(유선영 우승), 브리티시오픈(신지애 우승) 등 3개를 휩쓸어 우승을 하려면 한국선수들에게 양해(?)를 구해야 하는 위력을 보였다. 여기에 유소연 선수(22)는 LPGA 신인왕을 거머쥐는 짭짤한 성과를 올렸다.
결국 3개 리그에서의 상금왕은 우리나라 여자선수 특유의 강인함과 정신력 그리고 ‘바지 바람’으로 불리는 아버지들의 열성이 뒷받침한다. 여자선수들 못지않은 남자선수들의 선전을 기대한다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