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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최은숙"부엉이 단상"

 

부엉이는 올빼미과 조류 중 귀에 깃털이 있는 종의 총칭이다. 올빼미과 조류는 지구상에 약 130종이 알려져 있고, 우리나라에는 10종이 알려져 있다. 올빼미와 부엉이 말고도 어릴 적 이름만 많이 들었던 소쩍새도 올빼미 종류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부엉이로는 수리부엉이를 들 수 있다. 우리나라의 특산품종으로 한반도 전역에서 서식하는 드문 텃새다. 평지에서 고산에 이르는 암벽과 바위산, 하천을 낀 절벽 등지에 살며 암벽 위나 바위굴에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한 번에 2~3개의 알을 낳는다.

야행성 조류로 밤에 활동하며 낮에는 물체를 잘 보지 못한다. 그래서일까 어리석어서 이해타산이 분명하지 못한 셈을 부엉이셈이라고도 한다.

장황하게 부엉이 소개를 한 건 최근 네티즌 사이에서 화제가 된 ‘부엉이의 보은’이라는 사진 한 장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중국의 마오푸라는 커뮤니티 사이트에 게재된 사진으로 중국어로는 ‘제일 양심 있는 부엉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됐다고 한다.

사진 속 부엉이의 사연은 이렇다. 4년 전 쯤 남아공에 사는 마음씨 착한 주인이 상처 입은 부엉이를 집으로 데려와 상처를 치료해 줬다. 2달이 지난 뒤 건강을 회복한 부엉이는 매일 쥐와 뱀을 잡아 집주인과 고양이에게 갖다 줬으며 이런 일이 4년째 계속되고 있다고 사진 게재자는 설명했다.

워낙 조작이 많은 동네니 믿기 어렵다는 반응도 있지만 대부분 ‘사람보다 낫다’, ‘정말 기특하다’, ‘감동적이지만 무서울 것 같다’란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재밌게도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1974년 1월 19일자 경향신문에 게재된 보은(報恩)의 부엉이 일가(一家)란 제목의 기사다. 충남 청양군 대치면 수정리에 사는 이성우씨가 10개월 동안 수리부엉이 어미 1쌍과 새끼 1쌍이 한 식구가 돼 지내오고 있다는 내용. 이씨는 1973년 이른 봄 집 담장 뒤에 수리부엉이 새끼가 있는 것을 발견, 우리를 지어 새끼부엉이에게 먹이를 주기 시작했다. 며칠 지나자 어미부엉이 1쌍도 나타나 우리에서 함께 지내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이씨 가족 역시 어미부엉이들이 잡아다주는 산토끼와 꿩 등 푸짐한 고기로 반찬걱정을 하지 않고 지낸다는 얘기다. 그야말로 동서를 가로지르는 부엉이들의 활약이라고나 할까.

이런 얘기들을 보다가 엊그제 신문을 살펴보니 다시 마음이 갑갑해진다. 친조카를 7년여 동안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인면수심 큰아버지에 징역 25년이 선고됐다는 기사가 먼저 보인다. 피해자가 초등학교 3학년이던 2005년부터 지난 7월까지 7년여 동안 상습적으로 성폭행을 해 출산까지 시켰다고 한다. 다음 기사에는 충북 제천시 도로변에 주차된 승용차에서 50대 어머니와 30대 두 딸이 숨진 채 발견된 소식을 소개하고 있다. 승용차 뒷좌석엔 연탄재가 남은 화덕이 있었고, 아파트 채무와 사채 때문에 힘들고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유서가 발견됐다. 경찰 조사결과, 숨진 두 딸은 사채를 빌린 뒤 제대로 갚지 못해 고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별한 날을 잡아서 펼쳐본 뉴스가 아니다. 매일 매일 신문과 인터넷 포털에는 충격, 대란, 위기, 경악이란 자극적 제목들이 사람들의 시선을 이끈다. 뉴스만 보면 도대체 어느 것이 사람 사는 세상이고, 짐승이 사는 야생인지 알 도리가 없다.

부엉이 사진 한 장에 과연 사람답게 사는 게 무엇인지 하는 단상에 잠겨본다. 부엉이도 하는 일을 사람인 내가 하고 사는지 생각해 보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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