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이브인 오는 24일, 수원역 앞을 지나는 행인들은 희한한 장면을 목격하게 될 전망이다.
오후 6시가 되면 흰색 옷을 입은 청년들과 빨간색 옷을 입은 처녀들이 양쪽에서 합류하는 퍼포먼스가 펼쳐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는 ‘솔로대첩’으로 명명된 미혼 남녀들의 공개미팅 행사다. 지난달 3일 ‘님이 연애를 시작하셨습니다(님연시)’라는 네티즌이 장난처럼 올린 “솔로 형·누나·동생분들, 크리스마스 때 대규모 미팅 한 번 할까”라는 문자로 촉발됐다.
이후 네티즌 사이에서 폭발적 반응을 이끌어 어제 현재 참가의사를 밝힌 네티즌이 3만5천 명을 넘어섰다. 행사지역도 ‘님연시’가 제시한 서울 여의도 외 수원, 대전, 대구, 광주, 부산 등지로 확대됐다.
참가방법은 남성은 흰색 계통, 여성은 빨간색 계통의 옷을 입고 양편에 대기했다가 오후 6시 신호가 울리면 양쪽에서 쏟아져 나와 마음에 드는 이성의 손을 잡고 다음 장소로 이동해 만남을 이어가면 된다. 짝이 없는 청춘남녀들이 외로움을 해소할 좋은 기회다.
이런 남녀들의 해방구는 고래부터 있어왔다. 부여는 해마다 12월이 되면 ‘영고’라는 제천의식을 행했다. 중국 사서에도 “온 나라 백성이 하늘에 제사를 지낸 후 며칠을 두고 술과 노래, 춤을 즐긴다. 또한 낮밤을 가리지 않고 길목에는 사람이 가득 차 있으며, 늙은이, 어린이 할 것 없이 모두가 노래를 불러 그 소리가 날마다 그치지 않았다”고 기술됐다.
동예의 ‘무천’이나 고구려의 ‘동맹’ 등도 10월에 판을 벌이는 것을 제외하면 내용은 다르지 않다. 삼국지 위지 동이전 고구려편에는 “고구려 백성은 노래 부르기와 춤추기를 좋아하며, 나라 안의 모든 읍과 촌락에서는 밤이 되면, 많은 남녀가 모여서 서로 노래하며 즐겨 논다”고 했으니 ‘솔로대첩’의 원조라 하겠다. 서양에서도 각종 ‘카니발’이나 ‘페스티벌’을 통해 울화로 맺힐 젊음을 발산할 기회를 제공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걱정이 없는 건 아니다. 일종의 플래시몹과 같이 젊은이들이 즐길 ‘만남의 장’이면 좋은데 악용의 소지가 높다. 우선 수천 명씩 떼를 지어 한 장소에 출몰하면 안전이 보장되지 않고 교통마비와 지나는 행인들의 불편이 우려스럽다. 여기에 청춘남녀들의 모임을 이용한 성추행 등 범죄 발생도 걱정이다. 이런 이유로 인천의 경우 부평역 앞에서 ‘솔로대첩’ 행사를 가지려 했던 네티즌들이 행사를 취소했다.
부디 기성세대의 우려를 불식하는 건전한 축제로 새로운 문화가 되길 기대한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