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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나혜석기념관’ 중복자료 논란 대해

나혜석은 ‘우리나라 최초 여성 서양화가’라고 불린다. 또 시와 소설을 발표한 문인이자 여권운동가로 봉건주의 사회에서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에게도 인간적인 권리가 있음을 주장했다. 독립운동을 하다가 체포되어 투옥되기도 했다. 그의 일생은 파란만장했다. 선구자적인 삶을 살았지만 불륜과 이혼 등 사회의 비난을 자초하며 말년에 비극적인 행보를 보이다가 행려병자로 일생을 마감했다. 지금도 나혜석에 대한 평가는 두 가지로 나뉜다. ‘뛰어난 예술가로서의 삶’에 찬사를 보내는 사람들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부정한 여성’으로 보는 시각도 엄연하게 존재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여성이라는 것이다.

나혜석이 태어난 수원시에서는 나혜석에 큰 공을 들이고 있다. 당연한 일이다. 문화는 곧 재화(財貨)가 되는 현실에서 나혜석은 그만한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수원시 인계동에는 나혜석거리가 있고, 여기서는 연중 각종 축제가 벌어진다. 나혜석 미술대전이란 전국적인 여성미술공모전도 매년 열린다. 행궁동에 있는 레지던스(창작마을) 건물 벽면에는 1천42명의 시민들이 만든 타일을 붙인 대형 나혜석 자화상도 있다. 행궁동레지던스를 중심으로 이 동네 일원에서는 매년 예술제도 개최된다. 수원시의 나혜석 사랑은 이뿐만 아니다.

나혜석 출생지인 팔달구 신풍동 92-2번지 일원 부지 866㎡에 나혜석 기념관을 건립할 예정이다. 이미 지난 2월 기본계획수립 용역과 수원화성 제1종지구단위계획(변경) 결정용역을 완료한 데 이어 4월 도시계획(문화)시설 결정을 거쳐 현재 대상 부지에 대한 보상 대부분이 끝난 상황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바로 인근에 미술관이 건립되는 것이다. 시는 2014년 3월까지 300억 원을 투자해 화성광장 북측 시유지(4천800㎡)에 지하 2층, 지상 2층, 연면적 1만㎡ 규모로 건립할 예정이다. 나혜석기념관과는 불과 50여m밖에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가까운 곳이다. 당연히 두 시설에 대한 중복 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미술관에서 수원을 대표하는 화가 나혜석의 작품과 자료를 수집하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이는 나혜석 기념관도 마찬가지다. 더욱이 나혜석의 작품이 몇 점 전해지지 않고 자료들도 풍성하지 않은 현실에서 콘텐츠 중복문제는 심각한 논란을 일으킨다. ‘나혜석기념관은 수원시의 문화·관광인프라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시의 의도를 이해하지만 서두르지 말고 전문가와 시민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한 뒤 득실을 꼼꼼하게 따져보고 결정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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