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중부 지방에 폭설이 내리고 기온도 뚝 떨어진다는 기상청의 일기 예보가 있었다.
서울에서 출발할 때부터 내리던 눈발이 고향 산천을 하얀 솜이불로 덮어 놓았다.
강추위에 동네 한가운데 흐르던 시냇물은 얼어붙었고 살을 에는 듯한 칼바람이 불어왔다. 인적이 끈긴 뒷동산은 빽빽이 들어선 나뭇가지에 눈꽃이 만발했다. 겨울에 피는 꽃이 이처럼 아름다운 줄 미처 몰랐다.
뒷동산은 어릴 때 친구들과 함께 뛰어 놀던 꿈동산이다.
진달래꽃을 따먹으며 다람쥐를 쫓아다니던 우리들의 놀이터였다.
아버지와 함께 나무를 가꾸면서 행복을 느꼈고, 산비탈에 자라난 야생화는 어떠한 어려움도 스스로 이겨내는 힘을 길러 줬다.
둥지에 모여 사는 산새들을 보고 가족의 소중함을 배웠고, 아버지와 어머니의 산소에 기대어 바다보다 깊은 부모님의 은혜를 깨달았다.
가지가 휘어지도록 달린 돌배나무와 상수리나무 아래서 자연이 주는 풍성함에 감사했다.
나에게 뒷동산은 고향의 또 다른 이름이다. 나는 고향이 있어 행복하다. 사람은 누구나 세상에 태어나 자란 고향이 있겠지만 모두가 고향에 뒷동산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늘에 닿을 듯 높은 빌딩 사이로 달리는 자동차의 물결과 두부를 잘라 놓은 듯이 반듯한 도시 한가운데 있는 동산은 제아무리 꽃을 심고 나무를 가꾼다 해도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뒷동산은 추억을 고이 간직한 그리움이며 따뜻한 어머니의 품속이다. 정이 담긴 한 통의 편지며, 한 편의 서정시다.
나는 지난 시절 어쩔 수 없이 고향을 등졌다. 먹을 것조차 흔치 않던 시절은 소꿉친구들까지 도시로 내몰고 말았다. 모두들 반드시 돌아오겠다고 다짐을 하면서 고향을 떠났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도시에서의 삶은 깊이 뿌리를 내려 그것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고향을 지키던 뒷동산의 오랜 기다림에 오늘은 하얀 눈이 내리고 저린 가슴 끌어안고 살아온날 들을 떠올리는 내 마음은 쌓였던 향수가 가슴을 적시고 있었다.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어렵다고들 한다.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일터도 찾아야 하고, 수능시험을 마친 아이들이 두 명이나 다시 입시 전쟁을 치러야 한다. 이럴 때일수록 오래 참고 견디며 절제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요즘 순간적인 잘못으로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드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다. 모두가 한 번 실패를 했더라도 다시 일어서고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면서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한다면 아무 일도 아니다.
또다시 흰 눈이 내리는 날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활짝 핀 눈꽃이 파란 하늘과 어우러져 있는 뒷동산을 찾아야겠다.
어머니의 음성이 들리는 내 고향 뒷동산에 올라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던 친구들의 이름을 힘껏 불러봐야겠다.
▲ 강원도 철원 출생 ▲ 한국방송통신대학 행정학과 졸업 ▲ 한국작가 수필부문 등단 ▲ 경기도 신인 문학상 수상 ▲ 성남 문학상 수상 ▲ 문학시대 동인 ▲ 한국작가동인회 회원 ▲ 한국문인협회 회원 ▲ 성남 문인협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