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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1억원 수표를 자선냄비에 넣은 천사

“평생에 부모님은 이웃에게 정도 많이 주시고 사랑도 주시고 많은 것을 나눠 주셨습니다. 그러나 호강 한 번 못하시고 쓸쓸히 생을 마감하시고 고인이 되셨습니다. 부모님의 유지를 받들어 작은 씨앗 하나를 구세군님들의 거룩하고 숭고한 숲속에 띄워 보냅니다. 2012년 12월 신월동 주민이” 편안한 글씨체의 쪽지와 함께 들어 있던 것은 1억570만 원권 수표였다.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함에서다.

한국 구세군은 지난 9일 오후 6시25분께 명동 입구에 설치된 자선냄비 모금함에 익명의 후원자가 1억570만 원권 수표를 후원했다고 밝혔다. 구세군에 따르면 5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으로 추정되는 중년의 후원자는 이날 “어려운 노인분들에게 꼭 써 달라”며 자선냄비에 봉투를 넣은 뒤 택시를 타고 사라졌다고 한다. “설마 모금함에 수표가 있을 리가”라고 생각했지만 자선냄비본부는 10일 오전 은행에서 계수하는 과정에서 고액 수표와 편지가 담긴 봉투를 발견했다.

지난 11월 30일 자선냄비 모금활동이 시작된 이후 전국적인 나눔과 기부가 활발하게 펼쳐지는 가운데 익명의 후원자로부터 계좌이체로 1억 원의 성금이 전달되기도 했다. 이는 개인이 자선냄비 계좌로 이체한 금액 중 최고액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한국구세군 자선냄비본부는 밝힌바 있다. 작년에는 거리 자선냄비에 한 60대 남성이 1억 1천만 원짜리 수표를 넣은 데 이어 90대 노부부가 2억 원을 후원한 바 있다.

구세군은 50억 원을 목표로 전국 76개 지역 300여 곳에서 모금 활동을 벌이고 있다. 특히 올해는 신용카드를 활용한 디지털 자선냄비를 전국적으로 설치해 카드를 단말기에 대면 2천 원씩 자선냄비에 기부할 수 있도록 했다. 박만희 사령관은 “따뜻한 정성과 사연을 전해준 후원자의 뜻대로 외롭게 지내는 어르신들의 복지와 돌봄을 위해 후원금을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올겨울은 하루하루 한파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난방도 제대로 되지 않는 곳에서 허연 입김 내뿜으며 다소 넉넉하지 못한 고된 삶을 이어가는 이웃들이 있게 마련이다. 그들에게 온정의 손길을 건네야 하는 것은 우리사회의 몫이다. 당연한 일이지 않은가.

봉사와 희생정신은 대를 물린다고 했던가. 1억570만 원권 수표를 자선냄비 모금함에 쾌척한 사람은 올겨울 모르긴 몰라도 우리사회에 사랑의 DNA를 퍼뜨리는 기폭제가 되고도 남음이 있다. 그동안 길거리에서 구세군 자선냄비를 먼발치에서만 바라보았거나 피해갔다면 이번에는 당당하게 다가가 보자. 액수는 중요하지 않다. 주머니속의 1천 원권 서너 장이라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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