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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한인숙"저를 반장으로 뽑아주신다면…"

 

한파 속 며칠 남지 않은 대통령 선거로 전국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공약과 상대 후보를 비방하는 말들로 북적인다. 선거철이 아닌 평소에도 이만큼 국민의 입장에서 국민을 위하고 국민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는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살기 좋은 나라가 되었을 것 같다. 어느 후보를 막론하고 민생의 구석진 곳을 찾아 동분서주하고 그들의 고통을 해결하겠다고 나선다.

무료급식소에 들러 밥을 푸고, 일용직 근로자들에게 안정된 일자리를 주겠다고 하는가 하면, 계약직을 정규직으로 바꾸고, 실업자를 줄이겠다고 공약한다. 이런 공약들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이라면 진작 정책에 반영하여 어려운 살림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할 일이지 왜 본인들이 대통령이 되면 실현 가능하다고 외치고 또 외치나 하는 볼멘 투정이 생기기도 한다.

얼마 전 초등학교에 다니는 조카가 반장선거에 나간다며 열심히 원고를 만들고 있다. 반장을 하던 친구가 집안 사정으로 먼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되어 반장을 다시 뽑는다고 했다.

5학년인 조카는 본인을 반장으로 뽑아준다면 축구부를 활성화 시키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방과 후 축구를 좋아하거나 축구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을 모아 축구부를 결성하여 반 친구들의 건전한 취미생활과 비만이 있는 친구들에게 운동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게 하여 친구의 건강도 지켜주고 친구들과의 우정도 쌓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약속과 반장으로 뽑아주면 한 달간 화장실 청소는 본인이 하겠다고 공약을 내걸고 친구들에게 지지해 줄 것을 호소했다.

그렇게까지 해서 반장이 되고 싶느냐는 물음에 조카는 서슴지 않고 대답한다. 3명의 후보 중 한 친구는 공부는 잘 하는데 잘난 척을 하고 여자들에게는 인기가 많지만 남자들은 싫어하고, 또 한 후보는 그림은 잘 그리는데 약간 성격이 까칠하고 공부를 못하거나 빈티 나는 애들을 무시한다고 했다. 또한 그 애 엄마가 학교를 자주 드나들어서 친구들이 싫어한다며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본인이 적임자임을 주장한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아이를 보면서 이 나라 선거의 작은 한 판을 보는 것 같은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아이는 어떻게 하면 친구들에게 한 표라도 더 얻어 본인이 반장이 될 수 있을까 고민을 했고 평소에 인기관리를 좀 더 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겼다.

이런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어른들이 얼마나 올바르고 정직해야 하는지, 얼마나 투명하고 깨끗한 선거를 해야 하는지를 실감한다. 간혹 보면 후보들이 붙은 벽보에 본인이 지지하지 않는 후보의 사진을 훼손하고 비방하는 낙서를 하는가 하면 확인되지 않는 유언비어를 유포하고 상대편 선거유세장에서 행패를 부리다 저지당하는 것을 볼 때마다 후보들이나 유권자나 좀 더 성숙하고 준비된 자세가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예부터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고 했다. 교육을 통해서 백년대계를 볼 수 있듯 올바른 정치문화, 선거풍토를 조성하여 훗날 후손들에게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가 아름답게 자리 잡아 대한민국이 발전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할 수 있도록 다함께 노력해야 할 때가 지금이다.



▲ 한국문인협회 회원 ▲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 안견문학상 대상 ▲ 시집- 푸른 상처들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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