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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춘추]김미경"부모의 파산과 양질의 자녀교육"

자녀의 과다한 교육이 가정 파탄까지 이르러 가슴 먹먹해지는 조정의 예

 

얼마 전 이혼소송 중인 사건을 조정하다 보니 이혼사유와 관련한 내용이, 두 당사자 간의 시시비비보다 아이들을 어떻게 키웠는지가 주로 이야기 된 사건이 있었다.

당사자 모두 아이들에게 주었던 관심과 사랑에 대해선 아무런 이의가 없었다. 아이들을 끔찍이 사랑했던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가정생활의 대부분이 아이들 중심으로 돌아가고, 부부중심의 생활이 밀접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정리되었다.

아이들에 관해서는 매우 관대한 부부였지만, 자신들의 부부관계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하거나 배려하는 마음을 갖지 못했던 것으로 보였다.

이혼소송을 제기하고, 의뢰인과 함께 온 아내는, 각자의 의견을 개진하는 과정에서 격앙된 마음을 누르며, 왜 이혼할 수밖에 없는지 조근 조근 이야기해 나갔다.

이야기가 이어지자 맞은편 피고인석에 앉아있던 남편은 고개를 떨구기도 하고, 긴 한숨을 내쉬기도 하며, 원고인석의 아내를 쳐다보지 못했다.

사업파산 이후 수년의 가출로 이어진 남편의 공백 기간에 대한 불성실함과 무능함을 이혼사유로 말하며, 그동안 아이들이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재정지원을 하다 보니 많은 빚을 지게 되었다고 한다.

피고인석의 남편은 자녀 둘에 대한 과다한 교육의 결과가 여기에 이르렀다고 말을 이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소위 명문 사립 유치원부터 명문 사립 초등학교를 거쳐, 두 아이 모두 예체능계의 유명한 학교를 전전하다보니 사립학교 교육비에 아이들 사교육비까지 감당하기 어려웠던 상황들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남편의 파산직전의 힘겨웠던 상황을 공감해 주지 않은 아내에게 원망과 부부로서의 책임 등을 이야기하며, 이때 아이들도 일반학교로 전학을 했더라면 이 지경까지는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가출 중간 중간 남편이 합가를 하는 과정이 있었는데, 부부생활을 지속할 수 없었다고 했다. 아이들을 예체능으로 키우다 보니 다른 시·도로 오가야 하는 불편함과 비용을 감수하는 것이 힘들었다고 했다.

해서 최근에는 큰애는 아빠가, 작은애는 엄마가 데리고 있다고 했다. 큰 자녀는 대학생이니 이혼과 관련하여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아빠가 물었다고 했다.

자녀가 했던 말은 너무나 당연하게 ‘이혼하세요. 뭐 그리 복잡하게 사세요’였다고 한다. 아빠의 입장에서는 착잡했을 자녀의 말을 들으며, 남편은 이혼할 수 없다고 완강하게 버텼다.

남편은 아직도 아내가 이혼소송을 하여 본인이 피고인석에 앉아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시골의 노부모님이 받을 충격과 걱정도 이혼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했다. 이혼을 한다면 본인이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방식으로 이혼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절대로 이혼을 해줄 수 없다는 이야기를 되풀이했다.

피고라는 말이 많이 걸렸던 모양이다. 해서 가사소송에서 피고와 원고의 차이는 크게 없음을 말해 주었다.

누가 먼저 소를 제기했느냐에 따라 피고와 원고가 갈리는데 무슨 의미가 있는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오히려 부부 사이에 이뤄졌어야 할 건강한 관계형성이 안 된 것이 더 큰 원인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더 이상의 법적 분쟁은 본인들과 아이들에게 상처만 줄 것이라고 했다.

부부관계가 회복될 수 없는데 주변 관계만을 고려하여 미루거나 법적 분쟁을 새로 만든다면, 개인적으로 많은 시간과 비용이 초래될 수밖에 없음을 이야기했다.

다행히도 조정을 통해 아내의 이혼 소송을 받아들이고, 본인의 의지를 담은 조정조서로서 판결에 가름하게 되었다.

아이들은 부모의 욕망에 따라 이름만 대면 알만한 예체능계의 고등학교와 대학에 다니며, 자신들이 받고 있는 교육내용에 만족스러워 하는 것으로 보였다.

하나 이 같은 과정이 오기까지 집안의 중심이었던 부부관계는 파탄을 선언하는 와중이었다. 가슴이 먹먹해지는 아픈 조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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