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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그렇다는 건 절대 아니다. 주변의 평이 대체로 그렇다는 얘기일 뿐이다. 감히 그들을 비하할 생각은 전혀 없다. 흔히, 빽없고 배운것 없는 사람 혹은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거나 사업에 실패한 사람들이 마지못해 하는 일이 바로 ‘막노동’과 ‘택시운전’이다. 그렇게 시작한 일이다보니 택시기사에게서 직업의식이나 손님에 대한 친절을 기대하는 건 애초부터 연목구어(緣木求魚)일 뿐이다. 단위 시간당 소비한 돈에 비해 받는 서비스는 너무 형편없다. 타고내릴 때 인사를 받는 건 고사하고 바가지나 안쓰면 다행이다.
택시기사에 대한 편견 혹은 선입견은 미국도 우리와 마찬가지인 듯하다. 헐리우드영화에 등장하는 택시기사의 캐릭터는 대체로 비슷비슷하다. 현실에 착근하지 못하고 망상을 좇은 사람, 패배의식에 젖어 세상에 대한 적개심을 품고 사는 시한폭탄과도 같은 존재...
대표적인 영화가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택시 드라이버’다. 월남전 참전 용사인 트래비스(로버트 드 니로 분)은 전후 뉴욕에서 택시운전을 한다. 그에게 전쟁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전장이 베트남의 정글에서 뉴욕의 도심으로 바뀌었을 뿐. 트래비스는 사회에 만연한 악을 쓸어버려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불면증에 걸려 며칠씩 잠을 못 잔 채 거리를 배회한다. 사회부조리 일소를 외치며 불안하게 택시를 몰고 있는 크래비스라는 존재 자체가 바로 전후 미국사회의 부조리를 표상하는 듯하다. 1976년 칸은 이 영화에게 황금종려상을 안겨주었다.
비슷한 영화가 한편 더 있다. 이번에는 강박관념이 아니라 음모론이다. 리차드 도너 감독의 영화 ‘컨스피러시(conspiracy theory)’에 등장하는 제리 플리쳐 역시 뉴욕의 택시운전사다. 제리(멜 깁슨 분)는 승객들에게 다양한 음모들을 들려준다. 식수에 비금속원소가 섞여 있다는 소문이나, 국제 금융 정책의 배후에 관한 비밀 등을 떠들어대는 것이다. 제리는 타블로이드 신문에서 갖가지 사실들을 주워모아 음모설들을 제조해 낸다. 기억해 내지 못하는 ‘어떤 혼란스러운 기억’에 시달리는 그는 우리네 소시민들의 삶, 아니 세상 모두가 음모로 가득 차 있다고 믿는다.
위의 두 작품에 비하면 장현수 감독의 ‘라이 방’은 비교적 따듯하고 정감있는 영화다.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전형적 소시민들인 택시기사 3인의 고달프고 군색한 일상이지만, 우리는 영화화면의 한쪽 구석에 웅크린 채 시종 사라지지 않는 희망이라는 놈을 어렵지 않게 발견하게 된다. 그게 바로 감독의 의도된 미장센이었던 것이다.
관점에 따라 택시기사를 보는 시각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음이다. 선입견이나 편견없이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은 쉬워 보이지만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세평이 좋지않은 택시기사의 그것을 거두기는 더욱 어렵다.
근래 거리에서 만난 어떤 노(老)스승이 택시기사에 대한 필자의 편견을 완전히 날려버렸다. 며칠 전 무심결에 올라 탄 택시에 뜻밖에도 기사가 아닌 거리의 스승이 앉아 있었다. 칠순은 족히 되었을 거리의 스승이 내게 화두를 던졌다. “요즘 젊은이들은 ‘축하’라는 말을 ‘추카’라고 바꿔 쓴다면서요?” “아, 예... 그게... 컴퓨터로 대화하면서 생긴 습관인 듯합니다.” “그래요. 아무렴 어떻소만. 대신 우리 고유의 말을 잊지는 말았으면 좋겠소. 기본은 알고 있어야지요, 안그래요? 선생은 혹시 순수 우리말인 ‘시치미’라는 말과 ‘어처구니’라는 말의 뜻을 아소? 내 그 뜻을 일러 주리다.”
약속시간이 촉박했기에 망정이지 안그랬더라면 목적지에 상관없이 오래도록 택시에 앉아 있었을 것이다. 더 많은 우리 말을 배우기 위해서 말이다. 필자는 끝내 글쟁이 직업을 밝히지 못하고 하차했다. [ * 시치미 : 매로 꿩사냥을 하러 나갈 때 매의 임자를 밝히기 위해 매 꽁지 위의 털 속에 표시삼아 매어 두는 우각(牛角). * 어처구니 : 맷돌의 손잡이 나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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