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수원시민들에게 기쁨을 주는 잡지가 있다. 요란한 화보와 광고가 절반 넘게 차지하는 화려한 잡지가 아니다. ‘골목잡지’다. 골목과 골목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 정과 정 ‘사이’,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 ‘사이’ 그 사이를 찾아가는 매체, 이름하여 ‘사이다’라는 잡지가 그것이다. 이 잡지는 계간으로 발행되는데 벌써 3호를 발행해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그런데 이 잡지는 유명 인사나 정치이야기, 시끌벅적한 사건사고를 다루지 않는다. 지금까지 수원시내의 골목과 그 골목의 역사, 사는 사람들의 잔잔한 이야기와 일상을 담고 있다.
공중목욕탕에서 이발 일을 하는 70대, 40년 동안 동네 의상실을 지켜온 60대 여성, 헌책방 사장, 35년 허름한 여인숙을 운영하는 구십 노인의 일평생을 세세하게 추적해 진솔하게 담아낸다. 한마디로 마을 골목을 지켜온 평범한 이웃과 이들이 사는 골목의 역사가 이 잡지의 주인공이다. 사이다는 지난 4월 19일 100쪽 분량의 창간호 5천부를 찍은 이후 지금까지 3호의 잡지를 발행했다. 5천부나 찍어내지만 발행출판, 인쇄, 기획 심지어 배포까지 모두 편집인인 최서영씨의 자비로 충당된다고 한다. 놀라운 일이다. 그래서 걱정도 생긴다.
이 좋은 잡지가 경영난으로 발행이 중지되면 어쩌나 하는 우려다. 최씨는 현재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수익금을 사회에 환원하는 방식으로 발행비를 마련하고 있다. 그는 지역의 사라지는 것을 지키고, 문화적 자원을 모으는 일들을 하고 싶었다고 한다. 다행히 여기에 수록되는 모든 글과 사진, 그림은 무료로 싣고 있단다. 가사나 육아로 일을 멈춘 ‘경력단절 여성’들이 글을 쓰고 삽화를 그린다. 책이 나오면 직접 배포까지 한다. 지역 전문가들도 가세했다. 문인과 역사학자, 사진작가, 스님, 목사, 성공회 신부도 가세해 일을 돕고 있다.
그러니 당연히 수원지역 독자들의 반응도 좋을 수밖에 없다. 생전 언론에 소개될 일이 없던 나와 내 주변 사람들, 그리고 내가 사는 골목 이야기가 생생하게 등장하니 책이 배부되는 날은 마을잔치나 다름없는 것이다. 사람냄새가 물씬 풍기는 골목을 대상으로 하는 이 책은 당연히 사람냄새가 난다.
돈이 되지 않으면 나서지 않는 세태에서 소중한 재능과 시간을 아낌없이 쏟아 붓고 있는 그들은 아름답다. 이제 예비 사회적 기업의 인증을 받아서 조금씩 시의 지원을 받을 수도 있다고 하니 다행스럽지만 이제부터 넘어야 할 산은 더 크다. 지역사회가 좀 더 힘을 모아주어 ‘사이다’가 수원 대표 잡지로 성장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