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국가의 징후가 곳곳에서 표면화 되고 있는 가운데 60세 이상 노인들의 삶이 팍팍해 지고 있다. 자영업자 4명 가운데 1명꼴로 60세를 넘겼고 환갑을 지낸 자영업자의 90%는 영세한 ‘나 홀로 자영업자’다. 또 60세 이상인 가구(도시 2인 이상 가구 기준)의 3분기 평균 소비성향은 69.4%로 IMF 외환위기가 닥쳤던 1997년 3분기 66.7% 이후 15년 만에 가장 낮았다. 손자들에게 선물을 곧잘 사주던 인심 좋은 할아버지·할머니의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인국가가 지탱되기 위해서는 국가가 제공하는 각종 복지혜택이 관건이지만 사정이 여의치 못하다면 그만큼 젊은 세대들의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 이후 신세대들이 노인들에게 제공되는 각종 복지혜택을 철회하라고 청원을 내는 등 세대 간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어 우려스럽다. 국가 노인들에게 제공하는 복지혜택을 폐지하면 모든 부담이 신세대들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 모양이다. 한마디로 어처구니없는 신세대들의 반란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시대적 갈등 이면에 우리 노인들의 삶은 날이 갈수록 피폐해져가고 있다. 국제적 금융위기와 국내적 경기를 감안해볼 때 국민들은 물론 노인들의 생활이 조금이라도 나아지리라는 기대는 당분간 접는 게 좋겠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최근 소비성향이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9년 3분기보다 더 나쁜 것은 경기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이들 자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의 가격이 하락함에 따른 ‘역자산효과’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가계부채 역시 60세 이상 가구주의 지갑을 닫게 하는 데 일조했다.
통계청의 비임금근로 부가조사를 보면 지난 8월 기준으로 60세 이상 자영업자는 143만8천명으로 작년 8월(136만3천명)보다 5.5%(7만5천명) 늘었다. 자영업자 가운데 60세 이상 비중은 2007년 22.1%에서 2011년 24.0%, 올해는 24.8%로 불어나는 속도가 빨라졌다. 지난 8월 전체 취업자 중 60세 이상 비중(13.2%)의 갑절에 가깝다. 환갑을 넘긴 자영업자 가운데 고용원 없이 혼자 일하는 자영업자는 129만1천명으로 해당 연령대 자영업자의 90%를 차지했다. 나 홀로 자영업자는 상대적으로 영세한 만큼 경기 침체의 악영향을 먼저 받는 취약층에 해당한다.
전후 베이비붐 세대가 퇴직 후 생계를 위해 자영업에 뛰어드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여서 자영업자의 고령화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