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탄생하는 등 연말 뜨거운 뉴스와 사건들 속에서도 계사년 새해의 아침은 어김없이 밝아왔다. 지난해는 많은 아이들이 폭력으로 인해 우리 곁을 떠났고 우리는 감히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을 받았다. 집에서 자던 아이까지 성폭력을 당해 우리 모두가 놀랐고, 엄마가 자신의 아이를 죽음에 이르게 한 이후 저수지에 버린 사건도 있었으며, 계모가 아이에게 소금만 먹여 사망하게 한 사건도 있었다. 특히나 지난해 3월 강릉의 모 초등학교에 부임한 A교사는 학생인 B(12)양을 만나 사랑에 빠져 이들이 사제지간을 넘어 육체적 관계로까지 이어진 사건도 있었다.
아동학대 범죄는 83% 이상이 ‘부모’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조사되었다. 오히려 오랜 시간 신뢰관계로 맺어져 있고, 존경의 대상이 되는 부모에 의한 학대가 지속될 때, 아동이 더더욱 자신의 피해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자신이 가져야 할 권리를 침해당하는 것조차도 잘 알지 못한 상태에서 어려움을 겪는 형편이다.
주목해 볼 부분은 현행 아동복지법에서 교사, 의사, 사회복지공무원, 구급대원, 유치원, 어린이집 교사, 시설에 종사하는 종사자 등 아이들을 보호하고 보호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하는 다양한 직군이 아동학대신고의무자로 분류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법에 명시된 대로 직무상 아동학대를 알게 된 경우 즉시 아동보호전문기관 또는 수사기관에 신고하도록 되어 있다. 해당 직군은 아이들의 보호자일 뿐 아니라 아이들을 잘 길러야 하는 책무, 그리고 범죄로부터 아이들을 지켜야 할 의무를 가진 아동학대 신고의무자라는 사실이다. 특히 지난달 아동복지법 개정안에서는 신고의무 위반 시 과태료 기준을 최대 300만원까지 확대하여 교사를 포함한 신고의무자들에 대해 그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제 우리 국민들은 아동학대에 대한 서로 인식을 합의할 때가 되었다. 때리는 것만 아동학대가 아니다. 아이에게 밥을 먹이지 않고, 쓰레기 집이고, 정리정돈이 안 되고, 아이들이 먹을 음식이 없이 아이들끼리만 지내는 방임만이 아동학대가 아니다. 부부싸움을 목격하게 하는 것도 아동학대이다. 아이를 언어적 폭력에 노출시켜 아이에게 “너 하는 짓이 왜 이 모양이니?” “그래 너는 원래 그런 놈이었어!” “이 동생만도 못한 놈아” “내가 너한테 뭘 안 해주었는데 이 모양 이 꼴이니” “나가 죽어” 등으로 비난하고 무시하고 비교하며 위협하는 이런 언어적 폭력도 정서학대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부모들은 “이 정도는 제대로 된 양육은 아닐지언정 학대까지 보기에는 힘들어” 하며 자신의 언행을 합리화 한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는 부모들이 스스로 자신은 학대하는 부모가 아니며 아동학대를 하는 부모들은 이상한 부모들만이 하는 일로 규정지어버린다는 점이다. 학대하는 부모와 학대를 하지 않은 부모는 같은 연속선상에 있다고 보인다. 단지 분노 조절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학대하는 부모가 될 수도 있고 괜찮은 부모가 될 수 있다. 이는 흔히 ‘뚜껑이 열리는 상황’을 부모 스스로 어떻게 통제할 수 있느냐에 따라 아이의 고통은 달라진다는 것이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업무를 시작한 지 벌써 12년째 접어들면서 신체폭력을 쓰는 사건들은 많이 줄었다. 그러나 이젠 정서학대에 해당되는 언어폭력에도 관심을 갖고 아이들에게 할 수 있는 말 한마디에도 인격과 존중이 필요한 때라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을 혼자 두는 방임에도 관심을 가져야할 시기가 되었다. 왜냐면 나홀로 아동이 범죄의 타깃이 되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우리의 미래’라는 화두를 정녕 실천에 옮길 때가 되었다. 올해는 보건복지부와 아동보호전문기관이 ‘SAFE CHILD 서포터즈’를 운영할 계획이다. 이들은 방임과 학대받은 아이들을 위해 가가호호 방문하여 아이들에게 형과 누나가 되어주는 멘토역할과 아동학대를 조기 발견하는 예방사업을 담당할 것이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더 이상 아이들이 학대와 폭력으로 희생당하고 고통 받는 일이 없는 한 해를 꿈꿔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