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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초, 추위가 완전히 가시기 전으로 기억한다. 15대 총선에 출마해 국회의원이 되려는 예비선량을 만났다. 출중한 두뇌로 지역사회의 스타였으며 단숨에, 그것도 뛰어난 성적으로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그는 남달랐다. 야당의 공천을 원했지만 야당의 아성인 지역에서의 출마는 거부했다. 특정지역에서 야당공천장은 곧바로 당선을 의미했지만 그는 수도권출마를 고집했다. 그리고 당선됐다. 수도권출마는 그의 정치적 소신이었지만 ‘나만의 지역구’를 가지려는 정치적 계산과 무관치 않다.

‘나만의 지역구’는 국회의원들의 지상목표다. 정당의 보스나 계파와 무관하게 누구도 범접하지 못하는 ‘나만의 지역구’는 여의도정치를 위한 기본이다. 정치소신을 고집하거나 대통령선거와 같은 중요한 정치일정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도 흔들리지 않는 지역구가 우선돼야 한다. 정권이 바뀌고, 정당의 주류세력은 교체되더라도 “××지역구?, 거기는 ○○○의원이 무소속으로 나와도 당선될 지역이야”라는 소리를 들으면 두 발 뻗고 편히 잠을 잘 수 있다.

지역구를 통해 여의도에 입성한 국회의원 모두가 한결같다. 그러기에 틈만 나면 지역구에 내려와 경로당에 들려 큰절을 부지런히 올린다. 민원인이 찾아오면 고개를 숙이고, 그 어렵다는 취직도 성사시켜 소문을 낸다.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졸던 국회의원도 한밤중에 지역구 상가(喪家)를 순례한다.

고생스럽지만 열매는 달콤하다. 튼튼한 지역구 덕분에 다선의원이 되면 장관이 될 기회도 찾아오고, 국회 상임위원장이나 주요 보직을 맡아 국정을 주무른다. 국정감사라도 할라치면 사전작업을 위해 찾아오는 장·차관과 관련단체장들이 머리를 조아린다. 웬만한 민원은 전화 한 통이면 OK이다. 비행기를 탈 때면 VIP경로를 이용하며 ‘국회의원 하는 맛’을 만끽한다.

요즘 여야 국회의원들이 뭇매를 맞고 있다. 지역구 민원을 해결하려 4천500건에 달하는 로비를 했다는 내용이다. 계수조정 중인 의원들에게 ‘쪽지’를 전달해 5천억원이 넘는 예산을 새치기했다니 ‘쪽지 예산’의 폐해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정치시스템이라는 큰 틀을 바꾸지 않고는 반복될 악습이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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