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대한민국’은 100% 가짜다. 순금 순도도 99.9%가 최고다. 하물며 복잡다단한 인간사에서 100%라니…. 소가 웃을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의 언어란 참 매력 있다. ‘100% 대한민국’에 공명하는 국민이 절반 넘는다. ‘멘붕’에 빠졌다는 나머지 48%도 사실 저 슬로건의 매력을 완전 부정하지는 못할 것이다.
완전 감동이든 조금 감동이든, 감동이 있는 이유는 그것이 원대한 비전이기 때문이다. 건국 이래, 아니 단군 이래 그 비전은 끊임없이 다른 버전으로 새로 태어나지 않았던가? 알면서도 속고, 몰라서 속는 게 정치의 언어이고, 정치의 비전이다. 박근혜 당선인은 그 마음을 콕 찍는 데 일단 성공했다.
박 당선인은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도 굳혔다. ‘100% 대한민국’이라는 엄청난 약속을 그가 제대로 지키고 싶어 하리라는 걸 굳이 부정할 이유는 없다. 그도 정치인이므로 완벽한 100%는 불가능이라는 걸 모를 리 없다. 단지 100%에 가깝게, 100%를 향하여 확고히 밀고 나가겠다는 의지를 그렇게 표현한 것일 터이다.
그렇다면 박 당선인과 새 정부가 가장 먼저 할 일은 우리 사회의 아픈 지점과 아파하는 사람들을 최대한 보듬어야 한다. 100%에 가깝게, 100%를 향하여. 이제 와서 새삼스레 아픈 지점, 아픈 사람들을 찾아 나서지 않아도 된다. 도처에 깔린 원성과 신음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만 하면 된다. 안타깝게 자기 생명을 버리는 ‘바보’들의 마음을 단 한 순간만이라도 헤아려 보면 된다. 췌언이지만, 보듬는 시늉만 해서는 100% 대한민국은 절대 이루지 못한다. 아니, 감당키 어려운 역풍을 불러올 것이다.
대한민국 레 미제라블의 아픔을 진정으로 보듬기 위해서는 이들의 인권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 인권은 국가 이전의 권리다. 그냥 사람이니까 당연히 갖는 권리 앞에 국가를 들이대는 건 하릴없는 짓이다. 국가는 이를 보장할 의무가 있다. 삶의 질이 가장 질 낮은 인간의 인권이 보장되면 나머지 보통사람들, 착한 국민들의 인권은 저절로 지켜진다.
길은 험할 수밖에 없다. 인권의 본질과 내용과 보장 방식에 대해 엄청난 견해차가 존재한다. 자베르 경감 같은 법과 질서의 절대 신봉자들이 대한민국 안에 많다. 하지만 현행 법질서가 기본적인 인권보다 앞설 수는 없다. 헌법이 보장하는 인권의 의미와 함의를 최대한 넓게 해석해 나가야 한다. 설령 99%가 법질서 확립을 앞세우더라도 1%가 인권문제를 제기한다면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야 ‘100% 대한민국’에 가깝게, ‘100% 대한민국’을 향하여 갈 수 있다.
특히 보통 사람, 착한 국민들이 꾸는 다양한 꿈을 최대한 배려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가 가장 실패한 부분이다. 헌법에 이들의 권리가 명백하게 보장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는 자신들의 가치 규범에서 벗어나는 꿈은 가차 없이 짓밟으려 했다. 그들은 실정법이라는 이름의 ‘불법’을 강한 자에게는 약하게, 약한 자에게는 강하게 휘둘렀다.
독일의 법 철학자 구스타프 라드브루흐(Gustav Radbruch)가 지적했듯이 ‘법률적 불법’도 있고, ‘초법률적 법’도 있는 법이다. 정의롭지 못하고 평등하지 않은 법은 ‘법률적 불법’이다. 동시에 모든 법체계에 앞서 존재하는 민심=천심의 자연법이 곧 ‘초법률적 법’이다. 최소한 민생과 인권에 관한 한 이명박 정부는 초법률적 법은 무시하고 법률적 불법은 조자룡 헌 칼 쓰듯 했다.
이명박 정부처럼 모든 걸 전임자 반대로 하라는 건 아니다. 그러나 법의 적용만큼은 이명박 정부와 반대로, 즉 강한 자에게 강하게, 약한 자에게 약하게 하면 된다. 더욱이 보통 사람, 착한 사람들이 꾸는 다양한 꿈에 대해서는 ‘법률적 불법’의 잣대를 들이대지 말아야 한다.
이 정도면 소박한 바람 아닌가? 이 수준도 감당 못할 바엔 지금, 새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100% 대한민국’은 표를 얻기 위한 슬로건이었을 뿐이라고 솔직하게 시원하게 고백하는 게 좋다. 그러나 진심으로 ‘100% 대한민국’을 향해 가는 비전을 갖고 있다면, 5년 내내 모든 힘을 다 기울여 달라. 건국 이래 처음으로 ‘100% 대한민국’을 향해 대통령과 정부가 진짜 최선을 다하는 나라에서 우리가 살 수 있을지 눈 크게 뜨고 지켜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