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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보이지 않는 가치

 

예전에는 가정에서 필요한 물품은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자급자족을 하거나 동네에서 여러 사람들이 서로 힘을 합하면 만들어 냈다. 한 가정에서 가족들이 생활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의식주라고 할 수 있는데 신기하게도 이 모든 것을 집에서 만들어 냈다. 집을 지을 때에도 동네 사람들이 모여 어렵지 않게 그 많은 일을 했다. 그 과정에서 지금도 잊히지 않는 소중한 추억이 되어 있다.

아저씨들이 커다란 돌을 무슨 끈으로 묶어 서너 명이 잡고 무슨 노래에 맞춰 높이 들었다 세게 내려치는 동안 땅 다져지고 주춧돌을 놓고 나면 한 쪽에서 커다란 나무의 껍질을 벗기기 시작했는데 거친 겉껍질을 벗기고 나면 하얀 속껍질이 나왔는데 약간 달착지근한 맛이 있어 아이들이 주변을 떠나지 않고 손을 내밀었다.

나무가 매끈한 속살이 보이고 이때부터 동네에서 목수아저씨로 불리는 분이 활약을 했다. 먹줄을 내고 반듯하게 다듬고 잘라 기둥을 만들었다. 끌로 구멍을 파고 어느새 기둥이 서고 대들보가 올라가면 상량식이라고 해서 고사도 지내고 떡을 나누어 먹었다.

서까래를 얹으면 바로 지붕이 덮이는 줄 알았지만 집을 짓던 어른들이 일은 하지 않고 갑자기 이상한 일을 하기 시작하는 건 바로 지붕을 만들기 위해서라는 걸 그때는 까맣게 몰랐다. 그냥 어른들끼리만 재미있게 놀고 아이들은 끼어주지 않는다고 여길 정도로 재미있게 보이는 일이 있었다.

진흙은 잔뜩 모아 반죽을 해서 수박만한 크기로 뭉쳐서 높이 던지면 지붕 위에 있던 아저씨가 그 흙덩이를 받아서 그 위에 이겨 붙였다. 그 놀이처럼 보이던 새우 받는 일이 끝나고 며칠 후에 신기하게도 지붕이 만들어 졌다.

그리고 수수깡을 가로 세로 대면서 칡으로 고정시키는 외를 엮으면 곁에서 그 흉내를 내기도 했다. 문을 짜 달면 일단 밖에서 보기에는 집이 지어졌다. 이맛돌을 얹고 부뚜막을 만들고 구들을 놓고 콩댐을 해 장판을 하고 도배를 하고 그 모든 일을 서로 도우며 했다.

누구라도 소중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 리가 없었다. 누구라도 소외되는 사람이 없었다. 이렇게 서로 돕고 도움이 되는 모듬살이를 통해 콩 한쪽도 나누어 먹는 공동체 의식이 자리 잡게 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사소한 일도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의 일이라 여기며 살아왔다.

지금은 남이 지은 집을 사서 살면 되고, 설령 집을 지어도 이웃에서는 물론 집주인조차 별로 끼어들 일이 없는 세상이 되었다. 대가를 지불하면 필요한 것은 언제든지 구입이 가능하다. 당연히 편리하기도 하거니와 전문성을 추가해 성능 또한 뛰어나다. 더 이상 스스로 모든 것을 해결하기 위해 불편을 감수하고자 하지 않는다.

세상이 변해 누가 가까운 곳에 집을 짓기 시작하면 소음이나 먼지로 신고부터 한다고 하니 이제 우리의 일은 없고 내 일과 남의 일만 있을 뿐이다. 그러나 우리가 추구해온 편리함이나 풍족함이 때로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해 주던 보이지 않는 끈을 놓쳐버리지나 않았을지 돌이켜 볼 일이다.

그래도 우리 동네는 눈이 오면 서로 마주보고 치우니 얼마나 다행인지….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 작가 신인상 수상 ▲가평 문학상 수상 ▲가평문인협회 이사 ▲플로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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