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종교인 과세’를 거론했다. 그러나 예상대로 힘깨나 쓰는 종교인들의 거센 반발로 주춤하더니 종교인 과세가 ‘없던 일’이 됐다. 이 일의 배경에는 청와대와 종교계가 있는 것으로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16일 보도자료는 “과세 형평성 차원에서 원칙적으로 종교인 과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지만, 도입 여부와 시행시기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원래는 기재부가 이달 중순 이후로 예정된 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면서 종교인 과세 규정을 명시적으로 포함시킬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으나 이젠 그 가능성이 거의 없다. 사실상 백지화다.
종교인 과세와 관련해 불교계 신문인 법보신문 최근호는 ‘종교인 과세 피할 이유 없다’는 글을 실었다. ‘이런 저런 주장이 교계로서는 당연한 것이지만 사회적으로는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기에 과세는 마땅하다’는 내용이다. 과세 문제에 가장 긍정적인 종교는 천주교다. 이미 1994년부터 주교회의 결정에 따라 신부와 수녀들이 소득을 신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계종을 비롯한 태고종, 천태종 등의 주요 종단도 이미 납세의무를 부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일부 개신교단 목회자들도 이에 동의해 소득을 신고하고 있다.
이처럼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종교도 있지만 일부 종교인들은 그렇지 않다. 성직은 ‘근로’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성직자이건 노동자이건 소득이 있으면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은 원칙이다. 성직자일수록 이 원칙을 잘 지켜야 한다. 특히 개신교 장로이기도 한 이명박 대통령은 종교인 과세를 위해 누구보다도 앞장 서야 한다. 우리나라의 모든 공익법인은 자산 규모가 100억원 이상이면 외부 회계감사를 받고, 자산 10억원 이상이면 결산서류를 국세청 홈페이지에 공개해야 한다. 그러나 예외인 곳이 있으니 그곳이 종교단체다.
한해 예산 규모가 1천억원대에 달하는 대형교회와 수백억원대에 달하는 교회·사찰도 있는데 납세를 하지 않는 것은 ‘조세정의’에 반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소득이 발생할 시 세금을 내는 것이 당연하다. 이제는 성역이라는 미명 아래 특혜를 누렸던 종교인과 종교시설의 수익활동에 대한 과세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할 때다. 다만 종교인 과세는 그들의 동의아래 자발적으로 내는 방식이 좋을 것이다. 성직자가 모욕을 받아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 종단 지도자들은 국민 여론이 더 나빠지기 전에 납세에 앞장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