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설치·운영하는 국공립보육시설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특히, 올해 3월부터 시작되는 전면무상보육 공표 이후 필자가 거주하는 젊은 부부들이 밀집한 신도시의 국공립보육시설 대기자는 100명을 웃돌 정도다.
부모들은 왜 국공립보육시설을 선호할까? 그 이유는 민간·가정어린이집에 비해 규모가 크고, 지자체의 관리감독으로 운영(회계)이 투명하며, 지자체의 재정지원으로 재정능력이 탄탄하다.
또한 보육교사 채용방법(공개채용)이 적절하고, 지자체의 인건비 지원으로 보육교사의 전문성이 높으며, 이직률이 낮은 점 등으로 추릴 수 있다. 이런 이유는 결국 민간과 가정어린이집에 비해 질 높은 보육서비스가 제공될 거라는 기대와 신뢰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 국공립보육시설을 운영할 수탁체 선정은 매우 중요한 사안임을 인식할 수 있다.
그러나 필자가 보육정책위원으로 시립어린이집 신규 및 재위탁을 심의한 결과, 수탁체 선정방법은 상당부분 합리적이지 못한 방법을 취하고 있다.
이에 시립어린이집에 갖는 신뢰와 기대와는 상반된, 그야말로 형식적인 절차에 그친 시립어린이집 민간위탁 방식에서 발견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 쟁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첫째, 심사기준이 불명확하다. 현재 보건복지부가 권고한 표준 심사기준(안)을 따르고 있으나 각 항목별 세부평가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평가인증 참여여부(10점 만점)를 심사할 경우, 보건복지부는 각 세부기준-참여하여 통과한 경우(10점), 참여중인 경우(7점), 미참여(3점)-에 따라 심사결과가 달라지도록 하고 있으나 이 세부기준을 따르지 않았다.
즉, 평가인증 참여여부로 3~10점까지 줄 수 있으나 그 차이의 근거를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없는 채로 심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운영체의 자산현황 및 부채를 심사할 때는 개인과 법인의 자산규모가 기본적으로 다름에도 불구하고, 개인과 법인을 구분한 심사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다.
둘째, 심사항목을 심사할 수 있는 근거자료가 없거나 전혀 상관없는 자료를 통해 심사한다. 예를 들어, 운영체의 도덕적·법적 공신력을 심사할 경우, 법령위반과 지도점검 지적 및 이행현황, 민원발생 현황 및 처리방법 등에 대해 정리하여 수탁 신청자의 도덕적·법적 공신력을 증명해야 함에도 관련 자료를 전혀 구비하지 않았다.
결국 심사 자체가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 없이 심사를 하는 것이다. 심지어 일부 수탁 신청자는 위탁심사와 무관한 타 보육시설의 서류들을 첨부하여 위탁심사에 대한 준비는 물론 기본 행정력마저 상실한 모습을 보였다.
셋째, 신규위탁과 재위탁의 심사기준에 차이가 없다. 재위탁은 그간의 운영성과 평가, 계획 대비 운영실적, 이용자 만족도, 추후 운영계획 등을 엄밀히 살펴봐야 함에도 그간의 큰 문제가 없었다면 위탁을 연장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사회복지서비스 평가의 핵심은 이용자 만족도인데 그 심사항목이 빠져있어 핵심부분을 간과한 형식적 심사라고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렇듯 심사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심사기준을 평가할 수 없는 증빙자료를 토대로 시립어린이집 수탁자를 선정하는 것은 시립어린이집에 갖는 부모의 신뢰 및 기대와는 너무 상반된 현실이다. 공보육의 중심이면서 민간·가정어린이집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할 시립어린이집 수탁자 선정이 이런 수준에 머물러 있다면 부모들은 더 이상 시립어린이집에 보낼 이유가 없지 않을까?
앞으로 시립어린이집 수탁자를 선정하고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지방자치단체는 최적의 수탁자 선정을 위해 심사기준을 명확히 하고, 각 심사항목을 평가할 수 있는 증빙자료 준비에 철저를 기해야 할 것이다.
이같이 공보육 실현의 핵심 주체인 시립어린이집 선정에서부터 객관성과 투명성이 제고되어야 함을 명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