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 미켈슨’은 왼손잡이 프로 골프선수로 엄청난 부자다. 퍼팅의 귀재로 지난해만 370만 달러를 상금으로 받았다.
상금 370만 달러는 껌값이다. 광고 수입이 5천300만 달러(600억원)를 넘기 때문이다.
이 같은 광고 수익은 그의 골프실력도 실력이지만 그가 가진 이미지에서 비롯된다. 시원한 외모에 가정을 중시하는 그를 통해 많은 미국인들, 특히 백인 가장들은 미국의 전통적 가부장 모습을 확인한다.
아내가 출산하거나 가족의 병간호가 필요하다면 아무리 많은 상금이 걸렸어도 대회 출전을 포기하는 미켈슨이다. 타이거 우즈에 밀려 2인자에 머물던 그였지만 이런 이미지 덕분에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에서 엄청난 부를 움켜쥘 수 있었다.
그런 미켈슨이 성공한 미국인들의 불문율인 ‘이웃을 돕고, 국가와 사회에 공헌한다’는 전통적 가치관을 훼손하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
미켈슨은 “오르는 세금 때문에 뭔가 근본적인 조치를 취해야겠다”며 세금도피를 강력히 시사했다.
순자산이 이미 1억8천만 달러(1천900여억원)가 쌓였고, 매년 600억원을 버는 사람이 세금을 피해 도망가려 한다니 실망이다.
같은 날, 세계 1등 부자인 ‘빌 게이츠’는 “먹고 입을 것이 충분한 나를 위해선 더 이상 돈 쓸 데가 없다”며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기부를 약속했다. “운 좋게 얻은 재산을 어떻게 하면 세계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방식으로 되돌려 줄지 아내와 오랫동안 얘기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게이츠는 이미 ‘워렌 버핏’과 함께 가장 많은 기부를 하는 부자로 유명하긴 하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창립자로 세계에서 1, 2위를 다투는 부자가 됐다. 그 과정에서 MS의 탐욕과 경쟁상대에 대한 무자비함, 그리고 본래의 소프트웨어 개발이 아닌 금융회사나 투자회사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게이츠는 650억 달러(68조7천억원)에 이르는 전 재산을 타인의 삶을 구제하는 데 꾸준히 쏟아 붓고 있다. 이미 280억 달러(29조5천억원)를 자선재단에 기부했다.
진정성을 갖고 이어지는 게이츠의 선행소식은 그를 미워할 수 없게 만든다. 그에게서는 왠지 안분지족(安分知足)의 여유와 달관이 느껴진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