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모 방송국의 개그 프로그램에서 ‘사라진 우리의 전통문화’라는 코너를 보다가 문득 20~30년 전만 해도 흔했는데 지금은 사라진 것엔 뭐가 있을까 생각해 보게 됐다. 그 중 하나가 “진지 드셨습니까?”라는 인사말이 아닌가 싶다. 먹을 것이 귀했던 시절이 언제였냐는 듯 우리는 현재 고영양과 비만이 사회 문제가 되는 풍요의 시대를 살고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세대가 누리고 있는 이런 풍요로움은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지난해 우리나라는 기록적인 가뭄에 시달렸고, 여름에는 태풍의 내습으로 인한 백수 현상 등 쌀 생산에 적신호가 켜졌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중서부의 극심한 가뭄으로 옥수수와 밀 생산의 감소도 심각한 수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런 전 지구적인 기상 조건으로 인한 농업생산성의 감소는 세계 곡물 수급 전망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식량 공급의 불안정성이 일시적인 것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세계 인구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고, 개발도상국의 산업화로 인한 육류 수요 증가, 바이오에너지에 대한 수요 등 식량 수요는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농업용수의 부족, 지구온난화, 경지면적 제한 등 농산물 생산 환경 전망은 긍정적이지 않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안정적인 식량 수급을 유지할 수 있을까? 2009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FAO 포럼에서 전문가들은 2050년까지 식량이 70% 정도는 증산돼야 늘어나는 인구를 부양할 수 있고, 이 목표는 궁극적으로 생산기술의 향상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다시 말해 60, 70년대에 인류가 이룩한 녹색혁명과 같은 기술적 혁명이 재현되지 않는다면 인류는 더 이상 풍요의 시대를 향유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많은 과학자들은 생명공학 기술이 우리에게 또 한 번의 녹색혁명을 가져다줄 기술적 수단이라고 기대한다. 그러나 해충저항성과 같은 단순한 형질 이외에 내재해성, 내병성, 농업생산성 등 복합적인 형질 개선기술은 앞으로 더 많은 연구 개발이 필요한 기술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다. 또한 기술개발과 생명공학 종자의 상업화 승인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 등으로 인해 몇몇 다국적 거대기업을 제외한 공공연구기관이나 중소 규모의 종자회사에서 유전자변형 종자를 개발하여 상업화하기는 매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다만 세계의 각국이 유전자변형 종자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인식하여 대규모의 연구개발 투자를 계속하고 있어 이 기술이 농업생산성의 획기적 증가에 기여할 수 있겠다는 기대를 하게 된다.
우리 정부도 농업생명공학의 잠재력과 가치를 인식해 농촌진흥청을 중심으로 농업생명공학 기술 개발에 지속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다. 농업과학기술원에 전담 연구 부서를 설치하고, 농업생명공학 공동연구개발 사업인 바이오그린21을 통해 국내의 관련 연구역량을 총 집결해 농업생명공학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결과, 가뭄에 잘 견디는 벼와 감자, 영양성분이 개선된 벼 등 유전자변형 작물 계통을 개발했고, 이중 몇몇 계통에 대한 안전성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농업생명공학과 유전자변형 종자가 우리 사회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소비자와 국민의 합의가 필요하다. 유전자 변형 작물이 상업화된 지 17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우리 국민의 상당수는 유전자변형 작물에 대해 부정적이다. 물론 생명공학 기술은 그 활용 범위가 매우 넓어 생물 무기 개발 등에 악용될 소지가 있고, 알레르기 유발 등의 위해 가능성도 있어 기술 개발과 제품의 실용화는 철저한 안전관리체계 하에서 이뤄져야 한다.
지금 우리는 앞선 세대 농업 연구자들의 성과에 힘입어 유래 없이 풍요로운 사회에서 살고 있다. 이러한 풍요로움을 우리의 후손들도 계속 누리게 하기 위해서는 농업생산성의 획기적인 증가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과 소비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생명공학 기술의 개발과 활용이 뒷받침돼야 한다. 앞으로 다가올 생명공학 시대에 대비한 기술 경쟁력의 확보와 종자 개발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