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 취약계층의 소득 인정액이 최저생계비 미만임에도 불구하고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 기초생활수급을 받지 못하는 사회보장 ‘사각지대’의 규모가 410만여명이나 된다고 한다. 특히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노인들이며, 이들 가운데 대다수가 ‘엄격한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더욱 딱한 것은 한국 노인 빈곤율은 45%로 OECD 평균의 3배 이상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복지문제 해결을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 이상 현재의 노인인구 증가 추세로 미루어 문제는 점점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8월에는 경남 남해군에서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통보를 받은 70대 노인이 시청에서 농약을 마시고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줬다. 2010년 이후 벌써 여섯 번째다. 이들에게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에서 제외된다는 것은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 경기개발연구원 김희연 센터장은 ‘개인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엄격한 자격기준의 기계적 적용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우리나라는 부양의무자 기준에 의한 기초생활보장 대상자 선정의 경우 부양의무자의 소득이 최저생계비의 185% 이상이면 부양능력이 있는 것으로 간주해 대상자 선정에서 탈락된다.
하지만 이 기준은 도시근로자 월평균소득의 56%에 불과하다. 문제는 또 있다. 보건복지부 15개 과와 광역·기초자치단체는 289개의 복지사업을 복잡한 구조로 나눠서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대상자에 대한 정보교환, 협력부족 등으로 서비스 누락과 중복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에 김 위원은 지방정부 중심의 복지전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공-민간이 협력해 누락으로 인한 사각지대를 예방하자는 것이다. 또 복잡하고 비능률적으로 얽힌 복지업무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복지 통합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달라진 국제적 위상만큼 대내적으로도 성숙되고 내실 있는 복지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 보다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여 사회보장의 사각지대를 지속적으로 해소해가는 노력이 정부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서민이 행복해야 이 나라가 따뜻해진다. 또 필요한 사람에게 혜택이 가야 공정한 국가가 된다. 박근혜 당선인도 무상보육, 기초노령연금 확대 등 복지관련 공약을 한바 있다. 문제는 예산이다. 하지만 서민과 빈곤층, 소외계층을 위한 공약은 반드시 실천돼야 한다. 최소의 행복을 바라는 국민들의 소망을 잘 헤아리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