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역사에 깊은 영향을 끼친 3개의 사과가 있다. ‘이브의 사과, 뉴턴의 사과, 그리고 윌리엄텔의 사과’가 그것이다.” 20년전쯤 읽었던 사회과학 주변서적에 나오는 얘기다. 책을 읽기 전부터 알던 얘기지만 사과의 의미는 그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던 기억이다.
책은 3개의 사과가 각각 인류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대략 이렇다.
먼저, 성경 창세기의 ‘이브의 사과’의 의미다. 인간의 불행은 신의 뜻을 거스른 데서 출발한다. 그리고 그 거역의 주체는 여성이다. 그리스신화에도 비슷한 상징체계가 등장한다. 역시 꽤 알려진 ‘판도라 상자’가 그것이다. 판도라의 상자와 이브의 사과는 공히 인류에 재앙을 몰고 온 ‘여성의 호기심 혹은 경솔함’을 상징하고 있다.
세상에 이토록 지독한 여성비하적인 사상이 또 있을까. 그러나 그게 바로 기사도정신과 페미니즘의 본산인 서구사상의 양대 축 헤브라이즘과 헬레니즘의 밑바탕에 깔린 지독한 편견이다.
다음, ‘뉴턴의 사과’는 과학의 진보를 상징한다. 뉴턴은 그의 저서 ‘프린키피아’에서 정원에 있는 사과나무에서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하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뉴튼의 사과는 인류가 드디어 자연의 물리운동법칙을 터득하게 됐음을 상징한다.
그 다음, ‘윌리엄 텔의 사과’는 인간의 사랑과 신뢰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인간과 인간 사이의 강고한 신뢰는 위기상황에서도 힘을 발휘하여 결국 위기를 극복하게 해주는 묘약이 된다는 것이 이 사과의 메시지다.
3개의 사과는 공히 교훈적이다. 신의 뜻을 거역하지 말것이며, 자연의 법칙을 깨우쳐야 하며, 위급한 상황도 인간에 대한 믿음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대가 변함에 따라 신화 혹은 역사적 교훈의 의미 또한 변하게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변화하는 신화의 의미를 보다 깊고 다양하게 음미하기 위해 신화학자 조셉 캠벨과 방송인 빌 모이어스의 신화 관련 대담집 ‘신화의 힘’은 매우 유용하게 읽힌다. 캠벨은 신화에 대한 현대인들의 곡해를 비판하며 차분하게 신화해석의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한다.
그 가운데 눈여겨 볼 것이 바로 ‘이브의 사과’에 대한 재해석이다. 조셉캠벨에 의하면 이브의 사과는 절대 반페미니즘 신화가 아니다. 그 보다는 오히려 인간존재에 대한 자각을 상징하는 것이다. 이브의 사과는 인간존재의 의미와 함께 노동의 의미 등을 일깨우고 있는 것이다.
한편, 거의 역사적 사실에 가까운 ‘뉴턴의 사과’에 대한 새로운 해석도 주목할 만하다. 뉴턴을 집중 연구한 학자에 의하면 “뉴턴의 생가터에 대한 지질학적 조사와 뉴턴의 딸이 생전에 증언했던 것을 토대로 확인해 본 결과, 뉴턴의 정원에는 사과나무가 없었다”고 한다. 따라서 뉴턴의 사과는 허구이며, 단지 위대한 과학적 발견을 보다 쉽게 설명하기 위한 일종의 장치였던 셈이다.
이제 윌리엄 텔의 사과 한가지가 남았다. 그러나 이것만은 시대의 가치가 변해도 여전히 같은 의미로 남아 있을 듯하다. 인간의 사랑과 신뢰의 의미는 인류의 영원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최근 경기도문화예술회관(이하, 도문예회관)의 법인화 문제가 도문화계의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기본적으로 도문예회관의 법인화는 회관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것으로 이해될 법하다. 그러나 추진과정 중의 방법적 오류로 인해 조직원 간의 신뢰에 금이 가고 말았다. 제아무리 훌륭한 계획도 사람사이의 신뢰를 훼손하는 것이라면 의미가 없다.
지금 법인화 추진주체들이 고민해야 할 것은 법인화 추진의 정당성 확보를 위한 논리개발이 아니다. 그 보다는 조직원들과의 신뢰구축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 화살을 쏜 사람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날아오는 활을 보고 피하지 않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설령 그것이 모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선의의 화살이라해도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