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기습적인 3차 핵실험 후 국민들이 보여준 침착한 태도는 높이 평가되어 마땅하다. 일각에서는 안보 불감증을 염려하지만 그리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핵실험 소식이 알려지자 대부분이 즉각 뉴스에 온 신경을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주식시장도 잠시 출렁거렸다. 그러나 곧 평온을 회복했다. 2006년과 2009년에 이미 충격을 경험한 학습효과 때문이라는 설명이 가능하다. 하지만 국민들은 북한의 국제사회 규범 무시와 위험한 도박을 한 목소리로 강도 높게 규탄했다. 그 후 국민들은 유사시 가장 큰 피해를 입을 대상이자, 가장 앞장 서 안보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던질 주체이지만 일단 냉정하게 사태를 지켜보자는 성숙한 태도를 보여주었다.
북한의 무모한 3차 핵실험으로 한반도는 정전 60년 만에 가장 위태로운 상황에 놓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엔은 즉각 최고 강도의 제재 논의에 착수했다. 미국도 핵실험 자체를 도발로 간주하고 추가 도발 예상지점 선제타격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또한 강도 높게 북한을 비판하고 나섰다. 북한은 이에 맞서 추가 제재가 이뤄질 경우 제2, 제3의 대응조치를 취하겠다고 적반하장 으름장을 놓고 있다.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위기인 것이다. 이런 판에 국민들이 ‘설마 전쟁이야 나겠어?’라고 안이하게 판단하고 있다고 보는 것은 국민을 너무 얕잡아보고 철저히 무시하는 관점이다.
오히려 대다수 국민들은 사태의 본질이 아닌 이유들이 맞물리면서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지나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인류의 역사에는 사소한 오해의 중첩, 이념 권력 자본의 이해관계 따위 때문에 참혹한 전쟁이 발발한 사례가 적지 않다. 그렇다고 무모하기 짝이 없는 북한의 이번 행위를 눈감아주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것은 평화가 아니라 유약한 유화일 뿐이다. 일단 물리적 제재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다 검토해보되, 이들 수단이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를 가져올 수 있는 방법인지 냉철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분노와 감정만으로 풀 수 있는 문제는 하나도 없다.
우리는 한반도 비핵화가 21세기 한민족의 제1원칙이어야 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가 북을 맹비난할 수 있는 근거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일각에서 주장하듯이, 북이 세 차례나 핵실험을 했으니 우리도 자위를 위해 핵을 개발하자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것은 일본 우익의 논리를 베낀 것에 불과하다. 지금은 사태의 추이를 날카롭게 지켜보면서 냉정한 해법을 숙고할 때다. 가장 바람직한 결과는 평화적 수단에 의해 평화를 이룩하고 지켜 나가는 것이라는 사실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