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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춘추]문학과 독도

 

소년 프란츠는 헐레벌떡 학교로 뛰어간다. 하지만 여느 때와 달리 교실 분위기는 차분하고 엄숙했다. 정장으로 차려입은 아멜 선생님은 지각한 프란츠를 자상하게 대했다. 심지어 교실 뒤편에는 마을사람들이 슬픈 표정으로 수업을 참관하고 있었다. 그 지역을 점령한 프러시아(독일)가 프랑스어 수업을 금지했기 때문에 이날이 프랑스어 마지막 수업이었던 것이다.

나라 잃은 애잔한 슬픔이 가슴에 와 닿은 프란츠는 그날처럼 열심히 공부한 적이 없었다. 그리고 프랑스어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은 데 대해 후회하고 또 후회하였다. 수업이 끝나는 종이 울리자 아멜 선생님은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칠판에 “VIVE LA FRANCE!(프랑스 만세)”라는 글을 남기고 수업을 마쳤다.

알퐁소 도데(Alphonse Daudet·1840∼1897)의 단편소설 ‘마지막 수업’이다. 알자스로렌(Alsace-Lorraine) 지방은 AD 1세기경 로마제국의 일부로 편입된 후 독일과 프랑스가 10여 차례나 번갈아 가며 통치하였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독일은 알자스로렌 지방을 프랑스에 깨끗이 양도했다. 하지만 당시 알자스로렌 지방의 주민들은 거의 대부분이 독일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이러한 사실은 알자스로렌 지방이 프랑스보다는 독일에 더 가까웠음을 증명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알퐁소 도데의 단편소설을 읽은 사람들은 프랑스에 더욱 동정적으로 흘러갔다. 실제로 알퐁소 도데가 프랑스계 주민이 아니고 독일계였다면 어떤 상황이 전개됐을까? 1970년대 우리나라 중학교 교과서에도 수록되어 우리들의 마음을 울렸다.

1945년 일제가 패망하자 한 일본 고관의 딸이 일본으로 되돌아간다. 그러나 귀국과정에서 한국인들이 강간과 폭행을 일삼았다. 고결한 일본 여성이 한국인의 무차별적 겁탈과 폭력에 짓밟히면서 눈물 속에 귀국하게 된다.

일본계 미국인 요코 왓킨스(84)씨는 1986년 ‘요코 이야기(원제 So Far from the Bamboo Grove)’라는 제목으로 위와 같이 왜곡된 소설을 출간했다. 그 결과, 일본이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로 인신되게 되었다. 미국 내 일부 초·중학교에서는 오랜 기간 ‘요코 이야기’를 읽기교재로 채택해 왔다. 다행히도 2006년 재미 한인 중심으로 퇴출 운동이 전개되어 채택 학교가 급격히 줄어든 바 있다.

최근 일본 역사왜곡 소설 ‘요코 이야기’가 미국에서 읽기교재로 다시 채택되고 있다고 한다. 한·일 독도 영유권 문제가 표출되면서 ‘요코 이야기’ 저자는 직접 각 학교로 강연을 다니며 교재로 채택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는 등 일본인들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그 결과, 다시 교재로 채택하는 학교도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 초·중학교 학생들이 읽기 교재에 수록된 ‘요코 이야기’를 읽고 일본에 동정적 태도를 가진다면 독도 영유권 문제에 좋을 것이 없다. 하찮게 보이는 소설 하나로 인해 미국 학생들 사이에는 피해국 한국보다 가해국 일본을 동정하는 인식이 자리 잡게 될 것이다.

물론 독일과 일본의 사정은 판이하게 다르다. 하지만 문학작품이 주변국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크다 하겠다. 오랫동안 독도문제에 대해 조용한 외교를 외쳐왔던 우리 정부가 간과했던 부분이 있다면 바로 문화외교(文化外交)다.

위에서 열거한 두 소설에서 대외 홍보의 전략을 찾아야 한다. 일본 내각의 우경화로 인해 향후 독도 영유권 논쟁이 격화될 전망이다. 정부 차원의 외교적 협상과 타협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입장을 지탱해 줄 민간 차원의 문학작품도 필요하다.

소위 개념 있는 문학가들이라면 이러한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최근 SNS 등을 통해 자기만의 독특한 목소리를 내는 소설가들이여! 짧은 100여 문자에 집착하기보다 ‘요코 이야기’를 뒤집을 만한 대작을 써봄이 어떻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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