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농민들이 감자농사를 지으려 해도 씨감자가 없어 발을 구르는 일이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고 있다. 씨감자 공급원인 강원도감자종자진흥원의 배정물량이 턱없이 부족한 탓이다. 경기도의 경우 65만2천㎏을 배정 받았지만 농가 요구량의 절반밖에 안 된다. 따라서 경기도 농가들은 전라도나 충청도 배정물량을 2배 이상 웃돈을 쳐주고 사오거나, 매우 비싼 민간 씨감자를 구매해 심어야 한다. 이럴 경우 힘들게 감자농사를 지어 봐야 남는 게 없으므로 아예 농사를 포기하는 게 낫다. 농민들이 딱하기만 하다.
농민을 울리는 주범은 바로 민영화 정책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2009년 가을감자 정부 보급종 채종을 완전 중단했다. 민간업자를 육성하겠다는 이유다. 이후 농민들은 값이 비싼 민간업자의 씨감자를 사다 심을 수밖에 없었다. 이들 씨감자는 값만 비싼 게 아니라 수확량도 크게 떨어졌다. 한마디로 말해 가을 씨감자 민영화는 완전 실패작이다. 그런데도 농림수산식품부는 봄감자마저 민영화 하겠다고 밀어붙이고 있다. 2015년까지는 모든 봄 씨감자 보급종 채종까지 완전히 민간에 넘길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농민들이 그렇게 반대하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추진 중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봄마다 씨감자 파동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씨감자 민영화의 가장 큰 피해자는 당연히 농민들이다. 민간업체들은 씨감자를 팔아먹는 데만 급급할 뿐 원가를 낮추는 데는 능력도 관심도 없다. 정부 보급종의 경우 증식을 계속하여 좋은 씨감자를 대량으로 싼값에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민간업자는 바이러스와 병해충 관리능력이 없기 때문에 한 차례 정도 증식한 다음 농가에 내다 판다. 자신들의 기술부족을 농민들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정부 보급종 가격이 싸서 민간업체가 성장하지 못하기 때문에 정부 보급종 채종을 중단해야 한다는 해괴한 논리를 펴고 있다. 민영화의 논리 속에는 가장 중요한 농민이 설 자리가 없는 것은 물론 역으로 농민은 등쳐먹어도 좋은 존재라는 섬뜩한 가정이 노골적으로 깔려 있는 셈이다.
이대로라면 이 땅의 감자농사가 사라져버리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들 지경이다. “현재 감자종자 생산시설이 모두 민영화된 상태라 정부에서 나서기 어렵다”는 국립종자원의 답변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농민들이 농사를 못 지어 애를 태우고 있는 상황인데도 정부가 못 나선다는 게 말이 되는가. 더구나 이 상황 자체가 정부의 정책 때문에 빚어진 일 아닌가. 긴 말 할 것 없이 정부는 당장 씨감자 민영화 정책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농민의 한탄과 하소연에 귀를 기울이는 일부터 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