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 인솔자의 깃발 따라 이리저리 몰려다니다가 명승지나 유적 앞에서 사진만 찍고 훌쩍 떠나는 ‘주마간산’식 단체여행객들은 그 나라의 속살을 모른다. 여행을 좋아하는 이들은 그 지역의 주민들이 사는 뒷골목이나 재래시장을 걸으며, 서민들과 어울려 음식을 함께 먹으며 자신이 방문한 국가의 역사와 문화, 국민들의 생활을 체험한다. 이것이 진정한 여행자다. 특히 재래시장에선 그 지역의 전통과 특산품은 물론, 사람들의 인심을 경험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전통시장을 찾는 외국 관광객들이 늘고 있다. 시장이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거래 공간에서 상인과 소비자 관광객이 함께 즐기는 문화 공간으로 변신하면서부터다.
수원시의 경우 못골시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못골시장은 2007년 문화체육관광부가 못골시장을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문전성시 프로젝트’ 1호로 선정하면서 변화를 시작했다. 일반적인 장터 개념에서 진일보, 다양한 이벤트와 사업을 펼쳤다. 홈페이지를 활성화시키고 상인DJ가 직접 진행하는 라디오스타 같은 엔터테인먼트 서비스와 함께 고객이 참여하는 시장요리교실, 못골시장 축제 등 상인회에서 마련한 각종 이벤트와 문화사업, 시장관련 프로그램을 펼쳤다. 못골 줌마불평합창단, 못골밴드 등도 인기가 많다. 시장이 문화상품이 됐다.
변신을 모색하고 있는 전통시장들은 또 있다. 본보(15일자 7면)에 의하면 수원 영동시장은 지난해 시장 2층에 문화예술창작 복합공간인 영동시장 아트포라를 개관한 데 이어 오는 3월 남수문과 지동교, 생태하천인 수원천을 볼 수 있는 뷰포인트가 장점인 찻집 ‘네코야’ 오픈을 앞두고 있다. 이곳에 라디오 방송장비를 구입, 70~80년대 낭만적인 음악다방을 연출해 고객과 소통할 수 있는 특별한 문화공간으로 꾸밀 계획이다. 영동시장과 400여m 떨어진 수원 로데오거리 기존 야외 공연장엔 문화재청과 오랜 협의 끝에 문화공연장이 세워진다.
한편 평택중앙시장은 지난해 11월 복합문화카페 ‘살롱M’을 개장해 홈베이킹, 도자기공예, 가죽공예, 한국음식체험교실 등 다양한 체험 행사를 매주 3회 마련한다. 안양 남부시장도 3월1일 고객과 함께하는 전통문화 체험행사, 8월15일 어린이 그림그리기 대회, 추석맞이 한가위 한마당 등을 포함한 8개 행사와 더불어 시장이 위치한 622번지의 번지수를 딴 ‘622축제’를 올해 새롭게 개발했다. 경기지역 전통시장의 이런 변화는 대형마트, 기업형슈퍼마켓 등과 차별화된 경쟁력 구축, 그리고 시민 소통의 공간 확대라는 측면에서도 환영할 만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