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유대인들은 ‘젖과 꿀이 흐르는 땅’ 가나안 정복에 앞서 12명의 정탐꾼을 파견했다. 이집트를 탈출해 광야를 지나오며 수많은 고난을 겪은 터였다.
이제 목적지에 들어가기 위한 마지막 전쟁만이 기다리고 있었다. 12명은 모두 같은 땅에 들어가 같은 장면을 보았다.
하지만 10명의 정탐꾼은 “가나안 땅의 거주민은 모두 장대하고 대장부여서 그들에 비해 우리는 메뚜기와 같다”며 감히 넘볼 수 없는 절망의 땅으로 표현했다. 반면 여호수아와 갈렙에게 있어 가나안 땅은 절대자가 자신들에게 주겠다는 약속된 땅이었고, 민족의 미래를 열어갈 아름다운 땅으로 보였다.
그러기에 가나안 거인들을 “우리들의 밥”이라고 표현했다.
현대인들에게 많은 영감을 제공한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역사의 모퉁이 모퉁이에 ‘창조적 소수자’(Creative Minority)가 있다. 그런 창조적인 소수자가 있을 때에 역사는 희망을 가진다”고 했는데, 여호수아와 갈렙은 창조적 소수자였다. 그렇기에 같은 현실을 통해 비상한 미래를 보는 통찰력을 발휘한 것이다.
창조적 소수자는 세계 역사뿐 아니라 우리 역사의 고비 고비마다 나타나 시대를 선도했다. 여론이 편향되고, 집단지성이 마비될 때 창조적 소수자는 역사의 주춧돌을 놓아갔다. 특히 다수가 그렇다고 할 때, 아니라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는 창조적 소수자가 끊어질듯 연약한 역사의 고비마다 징검다리 역할을 해왔다.
17명의 장관내정자가 확정됐다. 그중에는 재상이 됐다는 기쁨에 겨워 표정관리를 못하는 내정자도 눈에 띈다.
대부분이 관련분야 전문가이고 관료집단에 속했던 행정전문가라는 풀이가 뒤따른다.
하지만 장관은 대통령을 보좌할 뿐 아니라 분장된 업무의 국가최고 책임자다. 자신의 경력이나 전문성만으로 감당하는 시대는 지났다. ‘창조적 소수자’로서 시대를 이끌고,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같은 지구촌에서 국운을 열어가야 한다.
장관이 자리를 음미하며 즐기는 순간, 지배적 소수자(Dominant Minority)로 추락한다. 곧바로 조직에 포집되고 함몰돼 시계의 부품과 같은 역할에 충실케 된다.
창조적 소수자로서 자신이 없으면 포기하는 게 공동체를 위해 이롭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