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사유피 인사유명(虎死留皮 人死留名),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요즘 식으로 얘기해 보자. 스포츠선수는 기록을 남기고, 예술가는 작품을 남기며, 장삿치는 이익을 남기고(?), 부자는 돈을 남기고, 가난한자는 가난을 남기며, 권력은 비리를 남기고...
그렇다면 시인은 죽어서 무엇을 남길까. 당연히 시를 남길 것이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 계신 어떤 시인은 훌륭하고 고운 시(詩)뿐만 아니라 그보다 더 소중한 인간심성의 아름다움을 본보기로 남겨주실 것 같다. 그 분은 오랫동안 병상에서 투병중이신 문단의 원로 시인 구상 선생이시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즐겁고 행복할 때라면 몰라도, 내 몸 아프고 하루하루 견디기 힘든 투병의 와중에 나 아닌 남의 고통을 끌어안는다는 건 여간해선 하기 힘든 일이다.
아, 시인의 마음씀씀이가 역시 소인배와 다르구나. 일찍이 구상 시인께서 장애인 문제에 남달리 관심이 많으셨고, 그중 특히 장애인 문학도들을 보살피는 일에 열정을 쏟아오셨던 것이 이번에야 비로소 알려지게 된 것이다.
노시인은 건강이 악화되기 전 장애인들을 위한 문학잡지 ‘솟대문학’(발행인 방귀희)에 2억원을 기부할 뜻을 밝혔다. 그리고 제자들에게 유언 아닌 유언을 했다. “언론은 물론 내 가족들에게도 일절 얘기하지 말고, 나 죽고 난 다음에 세상에 알려달라”. 그러나 앓아누워 있는 동안 그의 뜻은 큰 감동으로 퍼져나갔다.
한국장애인문인협회는 시인의 뜻에 따라 기부금을 장애인들의 문단 등용문인 ‘솟대문학상’ 기금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마지막을 정리하는 가난한 문인, 노시인의 사랑이 어떤 시보다 큰 울림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각자 돌이켜 볼 일이다. “나는 죽어 무엇을 남길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