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의회가 지난달 19일 처인구 개발 경사도 완화를 골자로 한 도시계획 조례를 개정한 후 처인구의 땅값이 치솟고 있다는 소식이다. 개발 가능한 경사도를 17.5도에서 20도로 낮추어 460만㎡가 개발될 수 있도록 바꾸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시의회는 산지가 많은 처인구 발전을 위한 개정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석연치 않은 구석이 한둘이 아니다. 더구나 처인에 상당한 토지를 소유한 시의원들이 여럿 있다. 또한 이른바 지역 권력자들 일부가 사전에 이를 알고 땅을 매입했다는 소문도 지역에 무성하다. 용인시의원들이 제 욕심을 채우기 위해 투기 바람잡이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게 당연하다.
조례 개정 과정을 보면 시의회의 행보는 상식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 애초에 처인 개발 완화안을 제출한 것은 용인시다. 이 과정에서 시의회는 ‘녹지보전’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당선됐던 시장을 견제하기는커녕 한술 더 떠 처인만 완화해주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시의 안을 보류시켰다. 이후 일부 시의원은 기흥구까지 포함하는, 더 무책임한 수정안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수지시민연대를 비롯한 시민들은 거세게 반대했다. 개발을 완화하면 지난 20년 간 난개발의 대명사였던 용인의 오명을 벗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자 시의회는 기흥을 빼고 시의 원안대로 처인만 완화해주는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용인시의원들은 자신들이 자치의 대의기구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인가, 제 잇속 챙기기에 바빠 모른 척 하는 것인가? 이들에게는 용인의 미래에 대해 어떤 비전이 전혀 없어 보인다. 난개발이라고 그렇게 질타를 받았음에도 선 계획 후 개발 요구를 무시하고 경사도 완화를 밀어붙였다. 민간업자가 알아서 개발하면 처인마저 난개발되리라는 우려 따위는 접어둔 모양이다. 시민들이 요구한 고도제한 설정도 기준을 만들기 어렵다는 이유로 외면했다. 주체성이고, 비전이고 모두 내던진 채 일단 개발부터 하고 보자는 건 지방의회의 사명을 포기한 것이다.
460만㎡가 개발되면 1조7천억 원의 경제적 효과가 발생하고 3만 명 고용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사탕발림할 때가 아니다. 그보다 처인마저 난개발이 진행될 때 발생할 행정적 사회적 비용을 먼저 걱정해야 한다. 한편, 의혹을 받고 있는 의원들은 자신들이 제 땅값 올리려고 도시계획 조례를 개정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게 석명해야 할 것이다. 투기를 위한 권한남용은 뽑아준 시민에 대한 배신을 넘어 범죄행위다. 사전에 조례안 통과를 알고 처인의 땅을 사들였다는 소문이 무성한 지역 토호들에 대해서도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