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가 - 00224<일간> 2002년 6월 15일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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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남북관계 긴장이 고조되고 늑장 정부 구성에 눈이 쏠려 시원한 소식이 함몰됐다. 비인기종목인 ‘봅슬레이’ 한국대표팀이 미국 아메리칸컵대회에서 2개의 금메달을 획득했다는 낭보다. 제대로 된 경기장조차 없는 현실에서 국제대회 사상 처음으로 정상에 오르는 기적을 만들었다.
19세기 말, 스위스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봅슬레이는 눈이 많은 선진국들이 즐기는 ‘그들만의 리그’였다.
동계올림픽 종목이어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우리와는 거리가 멀었다. 우선 눈을 볼 수 있는 지역이 한정적이고, 강설기간 또한 짧아 눈 위 비탈을 내달리는 썰매경기가 꽃피울 수 없었다.
여기에 봅슬레이는 돈과 과학의 결합이다. 선수나 스포츠인들의 열정만으로 이루기 힘든 종목임은 우리나라 국가대표팀의 현실을 보면 절실히 깨닫게 된다. 우선 대회출전을 위해서는 2인승 봅슬레이 1억원, 4인승 1억2천만원의 고가를 지불해야 출전용 장비를 구입할 수 있다. 우리 대표팀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1주일 500달러씩 임대해 사용해야 했다. 또 정밀장비여서 교체주기도 빨라 장비구입과 유지를 위해서 엄청난 재원이 필요하다.
동계스포츠 강국들이 수백 년간 쌓아온 기술력도 넘기 힘든 장벽이다. 봅슬레이는 보통 100분의 1초 차이로 승부가 갈린다. 따라서 선진국들의 설계기술과 신소재 등은 출발선을 떠나기도 전에 상당한 격차를 벌인다. 선수들 또한 어린 시절부터 다져진 기량으로 좀처럼 후발국들에게 틈을 내주지 않는다.
그런데 썰매 전 종목 선수가 13명인 우리나라 봅슬레이 국가대표팀이 국제대회에서 2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니 기적이라는 말 외에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렌터카로 연습해 자동차 경주대회에서 우승한 격”이라는 말이 나온다. 물론 우리 선수들이 선전한 이번 대회는 올림픽이나 월드컵대회보다는 격이 아래여서 우리 실력이 세계 정상급이라고 확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4계절 눈이 있고, 돈과 기술도 보유한 일본선수들을 꺾었으니 폄하는 천부당한 일이다.
이제부터 할 일이 많다. 소치 동계올림픽 출전을 위해서는 부지런히 국제대회에 출전해 국가순위를 끌어올려야 한다. 무엇보다 선수들이 피땀 흘려 가능성을 보인 만큼 그에 상응하는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
척박한 토양에서 피운 꽃을 소중히 보듬어야 한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