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9 (수)

  • 구름많음동두천 27.7℃
  • 흐림강릉 29.4℃
  • 구름조금서울 29.1℃
  • 구름조금대전 30.2℃
  • 맑음대구 32.3℃
  • 연무울산 29.4℃
  • 맑음광주 31.6℃
  • 구름조금부산 26.6℃
  • 구름조금고창 32.1℃
  • 맑음제주 29.6℃
  • 흐림강화 26.9℃
  • 구름많음보은 28.2℃
  • 구름조금금산 30.3℃
  • 구름많음강진군 30.8℃
  • 구름조금경주시 32.9℃
  • 구름조금거제 28.1℃
기상청 제공

[사설]과다노출 단속? 과도한 법 정비부터

이틀째 과다노출 논란이 뜨겁다. 엊그제 새 정부 첫 국무회의에서 과다노출 범칙금 조항이 포함된 경범죄처벌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런저런 비판이 쏟아졌다. ‘유신의 부활’이라느니, ‘곧 장발 단속도 할 것’이라는 비아냥도 적지 않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이번 개정령은 지난해 3월 국회에서 관련 법률이 개정된 데 따른 것이므로 이를 ‘유신’과 연결시키는 것은 온당치 않다. 경찰은 과다노출 범칙금 5만원도 기존 법규를 완화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마길이를 국가가 통제했던 과거를 연상시키는 탓에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는 듯하다.

과다노출이라는 일면 선정적인 이슈가 가장 부각되긴 했지만, 이번 논란은 과연 경범죄처벌법이 필요한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무엇보다도 시민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판단할 영역에 법적 잣대를 들이민다는 것 자체가 구시대적 발상인 탓이다. 게다가 일부 조항은 형법이나 다른 법률로 규율해야 하는 내용인데, 이처럼 치안의 관점에서 처벌규정을 두는 게 정당화 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법 집행이라는 명분 아래 만에 하나라도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임의로 제약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개정령을 보면 과다노출뿐만 아니라 자의적 법 집행에 맡겨서는 안 될 조항들이 대부분이다. 예컨대, 범칙금 16만원인 거짓광고, 8만원인 거짓신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 신고 불이행, 거짓 인적사항, 장난전화, 5만원인 단체가입 강요, 구걸행위 등은 자칫하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고리’가 되기 십상이다. 지문채취 불응의 경우 양심의 자유나 인권의 측면에서 다툼의 여지가 많은데도, 범칙금 5만원으로 경찰이 간단히 처벌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와 함께 재판을 거쳐 범죄가 확정되어야 할 업무방해, 흉기 은닉휴대, 지속적 괴롭힘(스토킹) 등이 범칙금으로 처리되는 것도 부당하다. 소나 말을 달아나게 한 사람의 범칙금 5만원은 코미디 수준이다.

모든 국민은 재판 받을 권리가 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이 헌법으로 보장하는 권리다. 미풍양속, 사회기강 등을 내세워 국민의 권리를 재판 없이 제약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범칙금 불복자에게 재판청구권이 보장되어 있지 않느냐는 식으로 변명할 일이 아니다. 이미 사문화되었거나, 사회적 논란만을 야기하거나, 더 엄정한 법률로 다루어야 할 조항들로 이루어진 경범죄처벌법은 따라서 근본적으로 재고되어야 한다. 권력의 통제도구로 남용되었던 구시대 법률을 계속 남겨두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 진정한 법질서 확립은 과다노출 단속이 아니라 과도한 법률 정비에서 시작된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