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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노모 살해 국민참여재판을 주목한다

다음달 9일부터 수원지법에서 사회적 관심을 불러 모을 국민참여재판이 한 건 진행될 예정이다. 병마로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던 80대 노모를 보다 못해 순간적으로 목 졸라 숨지게 한 50대 아들에 대한 재판이다. 아들의 행위는 존속살인이 분명하지만, 평소 아들이 노모를 장기간 정성껏 병간호해 왔다는 점, 노모가 요추골절 수술을 받은 후 폐렴, 심혈관 질환, 협심증 등 합병증에 극도로 시달려왔다는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단순히 패륜 범죄로만 보기 어려운 정황도 여러 가지 있다. 수원지법 재판부가 지난 13일 아들의 국민참여재판 신청을 받아들인 이유도 사회적 평결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일 터이다.

이 재판은 법률적인 판단뿐만 아니라 의학적, 종교적, 도덕적, 사회적 판단과 관련된 난해한 이슈들이 얽혀 있다. 무엇보다도 극한 고통에 시달리는 육친을 무력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는 자녀의 고통을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문제를 제기한다. 여기에는 가족의 변화와 효성의 한계를 비롯한 가족윤리, 삶과 죽음의 경계를 가르는 안락사와 존엄사의 조건, 죄와 벌의 경계에 대한 사회적 합의 등 누구도 쉽게 다룰 수 없는 코드들이 들어 있다. 이번 재판은 한 개인에 대한 사법적 처벌을 넘어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생사관, 윤리관, 법률의식 등을 깊이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침 엊그제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특별위원회가 추정에 의한 존엄사 의사표시도 인정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발표했다. 환자 본인이 의사를 표현할 수 없는 상태일 때, 복수의 의사(醫師)가 복수의 가족을 대상으로 환자의 평소 신념이나 가치관을 추정해 존엄사를 결정토록 하자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미 2009년 식물인간 상태에서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생존하던 할머니 가족의 연명치료 중단 소송에서 추정 존엄사를 인정한 바 있다. 물론 존엄사 논의와 노모살해 아들 재판을 직접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다. 아들은 노모의 고통을 보다 못해 넥타이로 목을 조른 범행을 인정한 상태다.

현재 부분적으로 시행 중인 국민참여재판제도는 연내 법 개정이 마무리 되는대로 대폭 확대 도입될 예정이다. 노모 살해 아들 재판은 사법 민주주의에 입각한 사회적 평결이라는 국민참여재판 제도의 취지에 딱 들어맞는 재판이라 하겠다. 이제 곧 배심원단이 구성된다. 배심원들은 아들의 범행이 노모의 고통을 덜어드리려 한 행위인지, 아니면 자신의 고통을 벗어나려고 우발적으로 저지른 패륜적 존속 살해인지 심도 있게 논의해서 평결을 내릴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앞서 제시한 다양한 이슈들이 깊이 있게 검토돼서 사회적 논의를 확산시킬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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