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방중소기업청이 2010년 2월 설치한 불공정거래 상담코너에 지난 3년간 신고가 단 한 건도 접수된 적 없다는 소식에 허탈한 쓴웃음만 나온다. 그동안 대기업의 부당한 횡포가 늘었으면 늘었지 결코 줄어들었다고 할 수 없다. 정부가 외쳐온 대기업-중소기업 상생 구호가 일선 현장에서는 전혀 먹히지 않았다는 명백한 증거다. 더구나 이 상담 코너는 마치 불공정 신고가 이뤄지면 중기청이 즉각 나서서 해결이라도 해 줄 것처럼 위장했다는 점에서 기만적이기까지 하다. 중소기업의 사정을 뻔히 알면서도 구색만 갖춘 전형적 전시행정이다.
더 가관인 것은 “상담 및 신고 사례가 없어 불공정 상담부스를 없애고 FTA 관련 상담코너로 교체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는 경기중기청의 방침이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대기업과의 불공정거래만큼 중요한 문제가 없다. 이를 뻔히 알면서도 적극적인 해법을 도모하기는커녕 폐지를 거론하는 건 중소기업을 담당하는 정부기관이 할 소리가 아니다. MB정부에서야 그렇다 치고, ‘경제민주화’를 하겠다는 새 정부의 중기청이 여전히 이런 구태에 젖어 있으니 중소기업들의 실망을 짐작할 만하다.
반면 중소기업진흥공단 경기지역본부는 지난 1월부터 현장으로 실사 요원을 파견하는 방식으로 거래 불공정, 시장 불균형, 제도 불합리 사례 6건을 찾아냈다고 한다. 지속적으로 중소기업의 애로를 추적하고, 거리감을 좁혀서 얻어낸 결과라는 것이다. 이 6건도 현재 관행으로 이뤄지는 불공정행위 사례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이겠으나 중기청의 무사안일 행정에 비하면 값지다. 중기청은 이름에 걸맞지 않게 중기기업의 현장으로 바짝 다가가지 못한 잘못부터 깊이 깨달아야 한다. 중기청은 근본적으로 을의 입장일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들이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칼자루 쥔 대기업들이 어떻게 중소기업을 농락하는지, 이를 넘어서서 불공정행위를 어떻게 시정해 갈 것인지 찾아낼 책임이 있는 행정기관이다.
지난해부터 논의가 시작된 하도급법 개정안은 여전히 논의 중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당초 기세가 수그러들고 있어 안타깝다. 예컨대 부당 하도급대금 결정이나 부당한 감액 등 불공정행위 전반에 걸쳐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하자던 애초의 안은 크게 후퇴해 하도급법의 부당 단가인하, 발주 취소, 반품에 한정하자고 축소 논의되는 상황이다. 대기업의 불공정행위에 시달려온 중소기업의 입장을 진정으로 헤아리기나 하는 건지 의심스럽다. 이런 판에 일선 주무 기관마저 대기업 눈치나 보고 무사안일 전시행정이니 중소기업인들의 속이 오죽하겠나. 정부는 경제민주화와 상생 구호가 공염불이 아니라는 것을 행동으로 증명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