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아이를 키우거나 키워본 부모들이 가장 당황스럽고 애간장이 타들어 갈 때는 한밤중에 아이가 아플 때다. 아직 말도 못하는 나이라 어디가 아픈지 알 수 없어 응급약을 먹일 수도 없다. 할 수 없이 부모들은 맨발로 아이를 들쳐 업고 가까운 소아과 병원으로 뛸 수밖에 없다. 그러나 겪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오밤중에 문을 여는 동네 소아과병원은 거의 없다.
어쩔 수 없이 종합병원 응급실로 찾아가지만 이곳은 아이에게 적합한 치료환경이 아니다. 응급실이라는 곳이 중증환자들을 상대하느라 바쁜 곳이다. 그러므로 응급실에서 조바심 속에 한참을 기다리고 나서야 간단한 진료를 받는다. 진료비? 당연히 일반소아과보다 훨씬 비싸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제3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필수의료서비스의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만 6세 미만의 소아경증환자가 진료 받을 수 있는 야간 의료기관 개설확대를 유도해 응급실을 이용할 때보다 낮은 가격으로 적정한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한다는 것이 골자다. 정부는 394억여 원의 재정을 계획하고 지난 1일부터 만 6세 미만 소아의 야간진료(20시~다음날 오전 7시)수가 가산율을 30%에서 100%로 인상했다. 야간 응급실을 이용할 때 본인부담 진료비가 5만4천300원이라면 야간 소아과를 이용할 땐 5천100원이다.
그러나 정부의 ‘필수의료서비스 개선방안’은 일선 의원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소아과들은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며 비난을 하고 있다. 현재 전국에는 3천여 명의 소아과 개원의사가 있다.
이들 가운데 90%가 단독 개원 소아과라는 것이다. 인간인 이상 밤낮없이 쉬지 않고 진료를 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진료시간을 늘리는 것은 당연히 다음 날 진료에 영향을 줄 뿐 아니라 야간진료 시 직원에게 인건비를 더 줘야 하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대부분은 야간진료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정부는 일선 의원들의 야간진료 시행을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했다. 사실 강제적으로 시행할 수는 없다. 본보가 취재한 한 소아과 원장의 “기존 시간까지 진료하는 것도 벅찬 실정에 야간진료는 사실상 무리”라는 하소연과 “진료수가가 인상된다고 해도 야간진료에 참여할 병·의원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말에 공감한다. 하지만 같은 기사에 게재된 한 젊은 주부의 말처럼 늦은 밤에도 가까운 곳에서 전문의에게 맡길 수 있는 당번제 진료서비스 등의 제도는 반드시 필요하다. 정부의 야간진료 활성화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과 일선현장에 있는 소아과 의원들의 협조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