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었던 대지가 녹고 파란 생명의 싹이 움트면서 보여주는 자연의 변화에 많은 사람들은 봄을 희망의 계절로 바라본다.
따뜻한 남풍이 불어오는 계절에서 우리의 발길, 손길 그리고 눈길을 어디에 두는지에 따라 파란 꿈을 이룰 수도 있지만, 반대로 봄날은 간다는 유행가 가사처럼 일장춘몽(一場春夢)으로 지나갈 수도 있는 것이다. 변화가 많은 봄(春)은 봄(見)의 계절인가 보다. 그래서 봄(春)에는 우리 주변을 돌보고 살펴보며 앞날을 내다보는 것이 중요하게 느껴진다.
씨를 뿌리는 농부의 지혜는 봄철 농경지 관리에서 시작한다. 봄철 토양 관리의 첫째 요소는 흙토람(http://soil.rda.go.kr)을 통해 자신의 농경지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파악하는 데 있다. 흙토람에서 농지별로 점토, 자갈, 모래 함량, 물 빠짐과 같은 정보들을 얻을 수도 있고, 적합한 농작물도 고르고 농작물 재배에 필요한 비료사용량 정보도 얻을 수 있다. 농업기술센터에서 자기 농경지의 양분함량을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비료사용량 처방서도 받아보면서 연중 비료사용계획을 세우는 것은 시작의 계절인 봄철에 해야 할 일인 것이다. 농업인으로서 국가과학기술 정보를 바탕으로 비료사용량도 줄이고 농산물의 품질과 생산성을 높이는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둘째는 농경지의 땅심 기르기이다. 토양유기물은 양분 공급과 양분 간직의 힘을 기르는 데 있어서 핵심요소이다. 아쉽게도 우리나라 논의 51%, 밭의 46%, 과수원의 45%에서 토양유기물이 부족한 실정이다. 유기물 부족은 토양생물들의 먹이부족으로 이어지고, 양분을 간직하는 힘(땅심)도 약화시키기 때문에 토양의 건전성과 농작물의 생산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봄철엔 땅심을 기를 수 있도록 볏짚, 녹비작물, 가축분 퇴비를 땅에 넣어주어야 한다. 다수의 국민들이 신선하고 안전한 농산물을 먹을 수 있도록 농지 생산성을 향상시켜야 할 것이다.
셋째는 농경지 주변의 불량한 환경 개선이다. 농경지 주변의 비닐, 농약병과 같은 쓰레기를 잘 분리수거하여 좋은 경관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도시민들이 찾아와 깨끗한 농경지를 바라보는 것, 그리고 거기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먹음직스럽게 바라보는 것이 우리 농산물의 소비확대에도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넷째는 강우로 인해 유실위험이 있는 논둑, 경사지 밭을 보전할 수 있는 시설을 보강하는 것이다. 바위가 깎여서 흙 1mm가 생겨나는 데 200년이 소요된다고 한다.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진 흙이 비로 인해 흙탕물로 흘러내리면 농업인의 입장에서는 농경지의 유용한 양분들이 손실되는 것이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토사가 하천과 호소를 메우게 되고, 거기에서 녹아나온 질소와 인이 수질부영양화를 일으켜 준설공사나 수질정화비용이 발생한다. 농경지 유실을 막는 것은 농업인이나 국민 모두에게 비용절감을 위한 중요한 사업인 것이다.
다섯째는 흙을 잘 지키는 마음을 갖는 것이다. 봄철 희망의 새싹은 흙에서 자라난다. 그 흙이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덮여진 회색국토에서는 봄소식이 미약할 뿐이다. 들판을 노랗게 덮은 유채꽃에서 봄의 향기를 만끽할 수 있듯이 너른 들판에서 전해오는 봄소식이야말로 환호할 수 있는 봄소식인 것이다. 기상재해가 빈발하고, 생산이력이 불투명한 수입농산물이 판을 치는 시대에, 신선하고 안전한 먹을거리를 얻기 위해서는 우리의 너른 들판을 온전히 지키고 가꾸어야 할 것이다.
봄철에는 우리의 흙이 비만하지도 메마르지도 않도록 흙을 살펴보고 돌보아야 할 것이다. 무릇 사랑은 사랑으로 보답을 받고 홀대는 홀대로 보답을 받는다는 인과응보(因果應報)의 교훈을 잘 새겨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