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뉴스에 아들보다는 딸을 낳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보도 되었다.
사실 다정다감한 딸이 키울 때에도, 다 키운 후에도 아들보다는 낫다.
나는 아들 둘을 두었는데, 예쁜 여자아이를 보면 ‘딸이 있었으면’ 하고 부러워한다.
근래, 사회각계에서 여성의 비중이 커지고 있고 교사 등, 특정 직업은 오히려 여성 비율이 높다.
남성들의 성역이었던 사관학교, ROTC까지도 여학생들이 진출하여 수석졸업을 하기도 하였다. 우리 가정과 사회가 차츰 여성 중심으로 되어가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요즈음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고 있기는 하지만, 그동안 우리사회에 뿌리 깊었던 남아선호사상의 결과, 성비가 맞지 않아 초등학생들 10∼20%는 남학생끼리 짝을 지어 앉힌다 한다.
성비불균형은 부도덕한 의학이 태아의 성별을 감별, 여아를 낙태시킴으로써 초래되었다.
80년대 남자아이만 골라 낳은 결과 30대 10명 중 4명이 짝이 없어, 신부를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어도 역부족이다.
며칠 전 뉴스에서는 15∼25세 연령대는, 연령별로 남자가 여자보다 20만 명 정도 더 많아 결혼 적령기가 되는 2020년부터는 20%가 독신으로 살아야 한다고 한다.
이웃 중국과 베트남에도 남아선호로 성비불균형이 심각하여, 20년 후에는 결혼을 못하는 노총각이 몇 천만명에 달할 것이라 했다. 앞으로는 중국, 베트남 등지의 아가씨와 결혼하기도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사회의 이념이었던 남아선호사상은 조선 중기 이후 유교의 영향으로 심화되었다.
조선초기까지는 사대부들도 ‘장가간다’는 말처럼 결혼하여 한동안 처갓집에서 사는 경우가 많았으며, 당시 분재기(分財記)에는 딸도 아들과 똑같이 부모의 상속을 받았다. 유교문화가 번성하면서 부계중심의 대가족제도가 정착되고 대를 잇는 남자에 비해, 여자가 차별 받는 남존여비사상이 남아선호를 부추기게 된 것이다.
이 사상으로 고금(古今)의 수많은 여인들이 아들을 낳지 못한다는 죄로 피눈물을 쏟아야만 했다. 어렵게 얻은 아들은 부모의 과잉보호로 바르게 자라지 못하고, 자신뿐만 아닌 집안까지 기울게 하는 경우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또한 전근대의 대부분 여성들에게 교육 받을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인구의 절반인 여성들을 제대로 교육시켜 국가나 사회가 적극 활용하였다면 실질적으로 국가발전에 큰 득이 되었을 것이다.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문화는 반드시 재앙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자연의 순리대로만 낳는다면 성비는 반드시 맞게 되어 있다.
우리사회에 뿌리 깊었던 남아선호사상이 점차 사라지는 것 같아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다. 앞으로 외국에서 신부를 모셔오지 않아도 되는 날을 기대하여 본다.
▲월간 ‘한국수필’ 등단 ▲한국수필가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가평지부장 역임 ▲저서: 수필집 ‘남쪽포구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