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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쯤 전에 경북 영주의 상가(喪家)에서 특이한 접대를 받았다. 밤 12시가 넘어 도착했지만 유교적 풍습이 강한 도시여서인지 상가는 떠들썩했다. 상주들은 베옷에 건을 쓰고, 짚신을 신은 채 문상객을 맞았다. 조문을 마치고 접수대에서 부의금을 건네자 접수와 함께 노란색 봉투를 교환하듯 내주는 것이 아닌가.

봉투 속을 확인하니 얇은 케이스의 담배 1갑과 5천원이 들어있었다. 후에 들으니 문상객들에게 돌아갈 노잣돈과 기호식품을 대접하는 것이 접대풍습이란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에 호감을 가졌던 기억이 새롭다.

고래부터 유교권인 한국과 중국, 일본 등의 접대문화는 서양의 그것과 많이 다르다. 공맹(孔孟)의 가르침대로 지나는 객에 대한 대접도 인색치 않았다. 특히 핏줄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지역사회의 접대문화는 예의를 넘어 지역민을 하나로 묶어내는 자위적 특성을 지닌다.

비슷한 뜻이지만 대접(待接)은 접대와 다르다. 대접은 ‘융숭한 대접’에서 알 수 있듯 음식을 먹게 함을 이른다. 또 하나의 뜻은 격에 맞게 사람을 대우함을 말한다. 반면 접대는 협의의 대접이면서, ‘지나친 대접’으로 어의의 변형을 가져왔다.

하여튼 한국인의 DNA에는 뿌리 깊은 접대의식이 자리 잡고 있는 듯하다. 아무리 경제가 어려워도 자판기 앞에서의 커피 대접이나 예비군 훈련장의 담배 인심은 후하다. 또 꺼리는 손님이라도 사무실을 찾으면 한 잔의 차를 대접하는 것은 접대도 아니다.

근래 들어 접대는 타락했다. ‘을(乙)’이 목적을 이루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갑(甲)’을 대접하는 것으로 말이다. 신문 사회면의 보도되는 사건의 절반은 이런 접대와 유관하다. 인·허가권을 쥔 고위 공직자에 대한 골프접대는 비일비재하다. 또 상하관계, 혹은 수혜관계에서 벌어지는 고급음식 제공이나 술자리는 대접이 아니라 접대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탁하는 내용이 어려울수록 접대의 강도는 높아진다.

접대의 절정에 ‘성(性)접대’가 자리한다. 남녀를 가리지 않고, 동물적 본능을 충족시키는 ‘성접대’의 악마적 효능이 우리사회에 넘실대고 있다. ‘성접대’는 사회와 가정을 파탄시키는 범죄행위다.

“접대 좋아하다가 사람대접받기 힘들어진다”는 네티즌의 일갈이 무섭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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