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수원화성행궁에서는 ‘화성행궁 상설한마당’ 개막공연이 펼쳐졌다. 정조대왕 화산릉행차를 비롯해 무예24기 공연, 비밥공연, 줄타기, 장용영 수위의식 등 각종 공연이 펼쳐져 행궁광장에 모인 5천여 시민과 관광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이날 특히 관객들의 눈길을 끈 것은 조선 정조시대 최강의 군대인 장용영 군사들이 익혔던 호국무예 ‘무예24기’ 공연이었다. 진검을 휘두르며 각종 검법을 시연하고 진법을 펼쳐 보이며 짚단과 대나무를 베는 이 공연은 단연 관객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이날 무예24기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마상무예였다. 마상무예는 ‘무예도보통지’에 수록된 말 위에서 펼치는 6가지의 무예다.
무예도보통지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등 각종 외침을 겪었던 조선이 자주국방을 이루기 위해 한국·중국·일본 등 동양 삼국의 무예 중 정수만을 집대성한 실전무예서이다. 더욱 무예도보통지에는 우리나라의 무기만이 아니라 중국과 일본에서 사용하던 무기들까지도 그 동작 등을 실어 실전의 교범으로 삼고 있다는 데에서, 가히 당대 최고의 무예지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무예24기는 동작 하나하나가 수련하기에 결코 녹록치 않다. 이들이 사용하는 무기들도 대부분 칼날이 날카롭게 선 진검들이다. 자칫 실수는 곧 큰 사고를 부르게 된다.
마상무예는 특히 위험성이 크다. 낙마를 할 수도 있고, 말 발길질에 차일 수도 있다. 실제로 무예24기 단원들 가운데 마상무예를 수련하다가 부상을 입은 단원들이 적지 않다. 대륙을 정벌한 영웅 칭기즈칸의 사망원인이 낙마라는 설도 있다. 또 ‘성웅’이라고 칭송받는 이순신 장군도 무과 과거시험장에서 낙마해 왼쪽 다리가 골절된 바 있다. 이처럼 위험한 무예가 마상무예다. 이날 관객들은 환호하며 갈채를 아끼지 않았다. 달리는 말위에서 칼과 편곤을 휘두르고 물구나무를 서거나 뛰어내렸다 다시 올라타는 등 아슬아슬한 장면에 열광했다.
그러나 이를 지켜보는 단원들은 공연 내내 가슴을 쓸어 내려야 했다. 이날 공연장인 행궁광장의 바닥이 시멘트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낙마한다면 최소한 중상이다. 더 딱한 것은 이들에게 4대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데다가 쉬는 기간 동안은 출연료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당장 생계에 문제가 생긴다. 뿐만 아니라 불구의 몸이 돼도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는다. 반드시 열악한 환경이 개선돼야 한다. 그래야 무예24기가 수원시와 경기도의 자랑으로 오래도록 보존된다. 불안한 앞날이지만 몸을 사리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단원들을 위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