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한 자리를 지키는 나무, 나무는 한 자리에서 사람들을 한결같이 바라보고 산다. 게다가 나무의 공익적 가치는 홍수조절 등 연간 50억원에 달한다. 이런 나무들의 은혜에 보답이라도 하듯 매년 4월 5일은 국민식수날인 식목일이다.
나무심기는 저탄소 녹색성장과도 밀접하다. 나무심기는 농업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다양한 감축활동과 자발적 구매를 통해 완전 상쇄함으로써 탄소배출량을 많이 줄여준다. 농업이 연간 배출하는 탄소는 1천500만t 정도이며, 이를 모두 배출권을 구입해 상쇄하려면 800억원 정도의 예산이 든다. 하지만 나무를 심어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현 식목일은 신라가 삼국 통일을 이룬 날(음력 2월 25일)과 조선의 성종이 선농단에서 직접 논을 경작한 날(양력 4월 5일)에 맞춰 1946년에 제정됐다. 일제 때는 4월 3일로 지정됐다가, 1960년에는 식목일을 ‘사방(砂防)의 날’로 대체하여 3월 15일로 지정하는 등 몇 번 날짜가 바뀌었다가 다시 4월 5일로 확정된 후 오늘에 이르렀다.
사실 식목일은 4월 5일이라는 단순한 날짜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그런데도 역사적 상징성 때문에 기상상황에 맞추지 않고, 국가적으로 4월 5일에 나무를 심는 것은 모순이다.
근래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땅이 일찍 녹고, 나무의 새순도 빨리 싹트는 현상이 해가 지날수록 뚜렷해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식목일 날짜를 앞당겨야 한다는 생각이다.
3월 중순쯤이면 나무의 싹이 나기 전 단계로, 나무 속 수액의 이동이 멈춰 있어서, 그때 식수하게 되면 뿌리 활착력이 좋아지고 수목의 생존력도 높아진다. 그런 의미에서 무엇보다 심은 나무가 뿌리를 가장 잘 내릴 수 있는 적기 선정이 중요하다. 보여주기식 행사로 끝날 것이 아니라, 나무가 뿌리를 가장 잘 내리고 자랄 수 있는 시기를 선택하자는 얘기다.
요즘의 4월 초순에는 이미 새싹이 돋아 있어 그때 나무를 식수하게 되면 활착력이 좋지 않아 생존력도 떨어지게 된다. 이는 지금의 식목일이 한반도 기후변화와 이에 따른 상태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이유에서다. 잎눈이 트고 물오름이 시작되기 전에 심어야 나무가 제대로 뿌리를 내려 생존율이 높다.
근래에는 평년 기온이 계속 높아져 대부분 남부지역에서는 나무 심기를 현 식목일보다 보름 정도 앞당겨 식목행사를 실시하는 곳이 많다. 이를 감안해서라도 새싹이 돋기 전 3월 중순으로 식목일을 앞당겨야만, 나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
다음으로 산에 나무를 심을 때는 혼식(混植: 섞어 심기)이 나무의 경제성을 보장할 수 있다. 혼식이란 다양한 수종으로 큰 나무 사이에 중간 크기 나무와 작은 식물을 함께 심는 방식이다.
실제로 강원 홍천읍 김윤재 씨는 나무와 함께 1만5천여㎡에 표고버섯, 산더덕 등 혼식경영으로 8천만원대 고소득을 올리고 있으며, 경북 경산시 용성면 동아임장 대표인 함번웅 씨도 100만㎡의 산에서 연간 1억원대 소득을 올리고 있다. 10년 이상 자라야 수익을 내는 장기 수종과 5~6년이면 수익을 내는 중기 수종, 2~3년 만에 소득이 가능한 단기 수종을 함께 심은 덕택이다.
느티나무 물푸레나무 등 수십 년이 지나야 수익을 낼 수 있는 장기 수종 사이에 산수유, 살구나무, 오갈피나무, 오미자나무 등의 중간 크기 나무를 함께 심으면 그만큼 경제성이 높아진다.
그리고 나무 밑에는 고사리, 질경이, 쇠비름 등 각종 식물을 심은 후 고사리를 수확해 수익을 내기도 하고 숲의 양분 공급원으로도 삼았다. 혼식은 제한된 공간을 입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한다. 이처럼 상품 가치가 높은 나무를 심고 다양한 산채를 함께 재배하는 산림복합경영으로 높은 소득을 올리는 산촌 주민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이제 4월 5일이 되어야 나무를 심으면 된다는 생각은 바꿔야 한다. 나무 심기도 하나의 창조산업이다. 기상상황에 맞추지 않고, 4월 5일이라는 단순한 날짜에 맞추는 의례적인 생각과 편식 위주의 나무 심기 방식에서 벗어나야만 나무도 건강하게 자라고, 산림업의 경제성도 보장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