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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오원춘사건과 지동은 아무 관계없다

오원춘이 엽기 살인 행각을 벌인 지 벌써 1년이 지났다. 조선족인 오원춘은 지난해 4월 1일 길 가던 20대 여성을 자신의 거주지로 끌고 가 잔인하게 살해했다. 그는 피해 여성의 사체를 잘게 조각내는 천인공노할 짓을 태연히 저질렀다. 경찰은 피해여성의 전화를 받고 출동했다가 그냥 돌아가는 어처구니없는 행태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오원춘은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이 사건은 워낙 충격적이었던 데다 경찰의 치명적인 실수까지 겹쳐 우리 사회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심지어 그가 인육 장수라는 의혹이 아직까지도 시중에 떠돈다. 범행 1년을 맞아 매스컴에서 이 사건을 다시 조명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오원춘 사건은 강력 범죄와 관련해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여러 가지 숙제를 드러내 주었다. 경찰기강과 범죄신고 처리체계가 얼마나 허술한가를 확인할 수 있었고, 성범죄 대책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점도 밝혀졌다. 이에 따라 강력범죄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다각적인 종합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지만 1년이 지난 현재 이제는 안전해졌다고 믿는 국민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궁금하다. 피해 여성의 유족들은 여전히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오원춘의 범행을 지동과 연결 짓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우려를 자아낸다. 범행과 지동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 지동은 그가 우연히 흘러들어 거주하던 지역에 불과하다. 그는 자신이 살던 곳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일 뿐이다. 그런데도 마치 지동 전체가 엽기 범죄의 온상이라고 되는 듯이 몰아가는 것은 기초적인 보도준칙도 무시한 횡포다. 아무리 사건의 현장이라 하더라도 선량한 주민들이 사는 마을을 여과 없이 사진이나 영상으로 내보내서는 안 된다. 이런 보도행태가 사건 당시에는 물론이고 ‘사건 1년’이라는 명목으로 이제 또다시 되풀이되고 있으니 개탄스럽다. 죄 없는 지동 주민들을 도대체 몇 번이나 울릴 셈인가.

보도의 취지를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환경 감시의 측면에서 다각도로 개선되지 않은 문제점을 짚어보고 유사 범죄의 재발을 막자는 뜻일 터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오원춘 사건으로 지동이 점점 사람 못 살 동네로 변해간다는 듯이 묘사하는 게 보도의 원래 취지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 묻고 싶다. 오히려 이런 계기에나 반짝 관심을 보이는 건 또 다른 선정주의에 다름 아니다. 사실 지동 내에서는 마을가꾸기 사업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고, 주민들이 앞장서서 인정이 넘치는 동네를 복원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강력범죄와 주거환경의 관계를 진정으로 걱정한다면 이런 모습을 상시 부각시키는 게 언론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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