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수원시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는 마을만들기 열풍이 불고 있다. 마을만들기를 한마디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다양한 부문에서 많은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을만들기가 확산된 것은 물질적 경제적 성장으로 인해 황폐해진 마을 환경과 지역공동체를 돌아보고 가꾸자는 반성에서 비롯됐다. 문화와 복지, 자연과 환경 그리고 인간이 공존하는 삶을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어떤 이들은 마을만들기를 ‘제2의 새마을운동’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러나 차이는 있다. 새마을운동이 ‘초가집을 없애고 마을길을 넓히는’ 외형적인 사업이었다면 마을만들기는 주민들 간의 공동체 회복을 우선으로 한다. 인간이 우선이다.
우리나라 마을만들기의 역사는 길어야 10년, 짧게는 1~2년의 역사를 지닌다. 기간이 얼마 안 되지만 나름대로 성과가 크다. 특히 마을만들기 사업을 추진해 나가면서 주민들의 의식이 긍정적으로 개선되고 이웃관계가 좋아졌다는 것이 큰 성과다. 수원시 지동의 경우 골목에 벽화를 그리고 담장형 평상이 들어서면서 주민들 간의 접촉이 잦아졌다. 동네의 제일교회는 교회 내 성소라고 할 수 있는 종탑을 주민과 관광객에게 갤러리와 전망대로 개방했다. 어떤 주민은 자신의 집 옥상을 음악회 장소로 내놓고 관람객들을 위해 안방 화장실까지 개방할 정도다. 허름했던 골목은 이제 전국의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명소가 되고 있다.
부산의 감천마을, 통영의 동피랑골목 등 마을만들기로 인해 관광 명소가 된 곳이 많다. 그런데 아쉬운 것은 전국 어디서나 벽화와 화분, 조형물 등을 이용한 마을꾸미기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언젠가 수원시가 ‘마을만들기 사업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는데 놀랍게도 1위가 ‘엘리베이터에서 서로 인사하기’였다고 한다. 이런 현실에서 수원시 장안구 연무동의 마을 르네상스 사업인 반딧불이 실버 빨래방이 눈길을 끈다. 관내 홀몸노인의 빨래를 세탁하기로 맘먹은 통장 45명이 작년 10월부터 운영한다.
연무동은 생활이 어려운 홀몸 노인이 많은 지역이다. 이들을 도울 방법을 고민하던 통장들이 마을르네상스센터의 지원을 받아 반딧불이 실버 빨래방을 개소하고 지금까지 운영해 오고 있다. 회원 45명은 매주 목요일마다 돌아가며 기초생활수급자 홀몸노인 85세대의 이불 빨래를 세탁·건조·배달해 주는 자원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참 고마운 일이다. 이런 사람들이 있어 지역사회가 훈훈해지고 살만해지는 것이다.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마을만들기도 확산됐으면 좋겠다.